美 규제당국, 미국-캐나다 대형 화물철도회사 합병 승인

입력 2023-03-16 05:02
美 규제당국, 미국-캐나다 대형 화물철도회사 합병 승인

캐나다-미국-멕시코 연결하는 최초의 화물철도망 탄생

철도교통허브 시카고 화물열차 운행량 "재앙 수준" 증가 우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연방 규제당국이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철도회사 합병을 승인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미 연방 육상교통위원회(STB)는 전날 캐나다의 거대 철도사 '캐네디언 퍼시픽'(CP)과 미국 '캔자스시티 서던'(KCS)의 합병 조건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CP와 KCS가 31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인수 합병 계약에 합의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STB는 승인 결정을 발표하면서 "합병이 철도교통 성장을 촉진, 매년 6만4천여대 분의 북미 트럭 화물을 도로에서 철도로 이동시키고 철도운송 서비스의 품질 향상, 인프라 투자 및 안전 확대 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미국 내 일자리를 추가하고 암트랙(전미여객철도공사) 서비스 기회도 늘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번 합병으로 북미 3개국 '캐나다-미국-멕시코'를 잇는 최초의 화물철도망이 탄생하게 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90년대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성사된 대규모 철도 합병"이라며 "캐네디언 퍼시픽 캔자스 시티(CPKC)로 이름붙은 합병사는 미국내 8천600마일(1만3천850km)을 포함, 캐나다에서부터 멕시코까지 총 2만 마일(3만2천km)에 달하는 철도를 커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CP는 빠르면 내달 14일부터 KCS 운영권을 갖게 된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오하이오주에서 노퍽서던철도(NS)의 화물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 주민들이 대피하고 독성 화학물질이 대량 유출·연소하면서 대기 및 수질 오염에 대한 염려가 급증한 가운데 내려졌다.

게다가 미국 철도교통 중심지 시카고 일부 지역의 화물열차 통행량이 하루 최대 14대까지 늘어나 주민생활과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일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연합체를 결성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철도 건널목 앞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고 교통체증·소음·진동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화재 또는 응급상황 발생 시 소방차·구조대 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카고 도심과 교외도시를 잇는 통근열차 시스템 '메트라'(Metra) 측도 "운행지연 사례가 빈번해지고 승객 안전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리노이를 지역구로 하는 연방 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2명은 STB에 "이번 합병이 시카고 지역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연관 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와 지역 내 위험물 운송량 증가에 대한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최종 결정을 미뤄달라"고 촉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들 의원은 지난달 24일 STB에 보낸 서한에서 "유독성 화학물질 운송량 증가로 일리노이 주민들이 위험에 처하고, 시카고 교외도시가 오하이오주 동부 팔레스타인과 유사한 황폐화를 겪을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STB는 합병으로 빚어질 철도 교통량 증가에 대한 주민들의 염려를 인정하면서도 "이들은 이미 철도 교통량이 상당히 많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 합병이 궁극적으로 교통안전을 강화하고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첫째, 철도 운송은 전반적으로 트럭 운송보다 안전하고 환경에 더 좋다"며 "둘째, 열차 우회로 인해 특정 지역의 철도 교통량이 증가하겠지만 또 다른 지역 교통량 감소로 상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TB는 합병 후 7년간을 모니터링 기간으로 정하고 CPKS 측에 데이터를 보고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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