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에 들쭉날쭉' 전기요금 막자…EU, 고정·장기계약 확대
'전력시장 개편안' 초안 공개…'고정가격제 포함 의무' 변동성 영향 최소화
원자력 등 재생·비화석연료 전력 장기계약 확대…'수익 환원' 의무화도 포함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여파로 '전기요금 폭탄'을 경험한 유럽연합(EU)이 고정가격·장기 전력계약 확대를 추진한다.
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기자회견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소비자 보호·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전력시장 개편안 초안을 공개했다.
집행위는 높은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 가격을 포함한 전체 전기요금이 덩달아 폭등하고, 단기 계약 위주로 가격 변동성이 심화한 현행 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초안에 따르면 시장 가격에 따라 매월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변동가격제와 함께 고정가격제도 계약 선택지로 포함하는 방안이 의무화된다.
상당수 유럽 전력회사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체 전기요금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고정계약 방식을 대부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고정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장가격이 내려가거나 태양광 패널·히트펌프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사용 등에 따라 전기요금 인하 요인이 발생했을 경우 혜택을 소비자가 받을 수 있도록 이른바 '고정·변동가격제 복합 계약'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요금 폭등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된 '단기계약'을 보완하기 위한 장기계약 확대도 추진된다.
집행위는 풍력·태양광·지열·수력·원자력 등 5가지 재생 및 비화석연료 발전 전력에 대해서는 이른바 '양방향 차액정산 계약'(two-way Contracts For Difference)을 통해서만 공적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차액정산 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정부·공공기관과 고정된 가격으로 장기 전력공급계약을 맺고 이후 시장 가격 급등으로 인한 사업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그 차액을 공적자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집행위는 여기에 시장 가격 급락으로 에너지사업자 이윤이 예상 밖으로 극대화되는 경우에는 '수익 차액'을 환수해 소비자 가격 안정에 활용하는 '양방향' 방식을 택했다.
재생에너지 투자·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으로 사업 확대를 유도하면서도 장기계약 및 수익 환원 장치로 소비자 보호 목적도 달성하겠다는 의도다.
이 밖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산업체 간 민간 전력공급 계약 체결 시에도 장기계약이 확대될 수 있도록 각 회원국에 필요한 조처를 강구하도록 했다.
유럽은 앞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자 초유의 에너지 위기를 겪었다.
특히 전기요금이 발전 에너지원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폭등하면서 일반 가정은 물론 산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전기요금 가격이 발전 비용이 가장 비싼 가스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시장의 특수성에서 기인했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 이런 특수성 탓에 가스보다 발전비용이 저렴한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주로 공급하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전기요금은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가스 가격 변동이 전기요금에 연동되지 않도록 전력시장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EU 내부에서 커졌다.
다만 이날 집행위가 내놓은 대책은 기존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하기 위한 대책으로, '근본 개혁'으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외신은 전했다.
초안이 시행되려면 유럽의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이사회와 협의 및 후속 시행 대책 논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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