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에 맞서던 다윗' 어디로…장기전에 우크라 정예병 급감
WP "병사·무기 부족에 비관론 확산…봄 반격에 대한 의문도 증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2년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보다 우수하다는 평을 받아온 우크라이나군도 정예병이 급감하면서 비관론과 봄 공세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가장 확고한 서방 동맹국에도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에서 12만여 명, 러시아군에서 20여만 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산한다.
WP는 이런 통계치는 차치하더라도 미숙한 신병들이 전투 경험이 많은 정예병들 위치에 투입되면서 이미 포탄과 박격포탄 등 기본적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반적 구성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호출명이 '쿠폴'인 우크라이나군 제46 공중강습여단 대대장(중력)은 "전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전투 경험이다. 6개월 동안 전투에서 살아남은 군인은 사격장에서 온 군인들과는 다르다"며 "전투 경험이 있는 군인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암울한 평가로 인해 최전선에서 수도 키이우까지 겉으로는 거의 표현되지 않지만 비관론이 뚜렷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봄 반격을 위해 병력을 훈련하고 바흐무트 등 전선에 투입하지 않고 있어 전장의 이런 상황이 우크라이나군 전체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 상황은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러시아 육군의 97%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됐으며 러시아가 '1차 세계대전 수준의 소모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전선의 분위기는 훨씬 어둡다.
불이익을 각오하고 사진 촬영과 인터뷰에 응한 쿠폴 대대장은 수류탄을 던져본 적도 없고 공격받으면 쉽게 위치를 포기하고 총기 다루는 데 자신감도 없는 병사들과 함께 전투에 나선 경험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지난 겨울 러시아군에 포위된 솔레다르에서 자신의 대대와 함께 철수할 때 옆에서 싸우던 우크라이나군 병사 수백명이 러시아 와그너 용병그룹이 공격해오자 바로 진지를 포기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리는 "자원이 많으면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지만 자원이 적으면 방어에 치중한다"면서 "나도 반격을 믿고 싶지만 대규모 반격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아마 국지적 돌파구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은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이나 군 지도부의 발표보다는 훨씬 덜 낙관적인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를 '승리의 해'라고 말했고,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올여름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9년 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도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연말까지 승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동맹국들이 약속한 모든 지원을 해준다면 그것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군이 다시 한번 주도권을 잡고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영토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달이 우크라이나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자기 부관들이 다음 공격을 위한 병사 훈련에 주력하는 동안 자신은 전선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병사들이 준비될 때까지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더 많은 사람, 돈, 무기 제조 능력을 보유한 러시아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4월 말이나 5월 초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차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지원이 얼마나 더 필요하냐는 질문에 "전쟁 향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전쟁이 6개월 후 끝날 수도 있고 2년 혹은 3년 후에 끝날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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