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우파 연정, 국민 반발에도 '총리 방탄' 입법 강행

입력 2023-03-13 23:58
이스라엘 우파 연정, 국민 반발에도 '총리 방탄' 입법 강행

'총리 직무 부적합 결정 주체·사유 제한' 기본법 개정 착수

야권 '부패 재판받는 네타냐후 보호 목적'…투표 거부키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입법으로 강력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이스라엘의 우파 연정이 이번에는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의 총리직을 지키기 위한 입법을 강행했다.

13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의 정부 조직에 관한 기본법 개정특위는 이날 총리 직무 부적합 결정을 제한하는 내용의 기본법 개정안을 격론 끝에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특위 의원 16명 가운데 9명이 찬성했고, 6명이 반대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대표를 맡은 우파 여당 리쿠드당의 오피르 카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총리의 직무 부적합성 심사와 결정의 주체와 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무 부적합성 심사 사유는 정신적 육체적인 문제로만 한정하며, 부적합 결정은 총리 스스로 내리거나 각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총리가 각료 투표 결과를 거부할 경우, 의원 3분의 2(120명 중 90명 이상)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처리되면 대법원의 총리 탄핵 판결 또는 검찰총장의 총리 직무 부적합 결정권은 사라진다.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도 이를 이유로 그를 총리직에서 끌어내릴 수 없다.

법안을 발의한 카츠 의원은 "현직 총리를 해고하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관리들에 의해서만 가능해야 한다. 공무원이 해서는 안된다"며 "따라서 오늘 우리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입법 추진을 합리화했다.

반면, 야권은 이 법안이 부패 혐의로 재판받는 네타냐후의 총리직을 지키기 위한 '방탄 입법'이라고 반발하며, 투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는 과거 총리재직 당시의 수뢰, 배임, 사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입법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킨 네타냐후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의 하나다.

이미 이스라엘 우파 연정은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10번째 주말 시위에는 95개 지역에서 주최 측 추산 50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석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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