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정적' 나발니 다큐 오스카 수상에 "정치적 요소"
이란·사우디 관계 정상화에 "긴장완화 환영"…"푸틴, G20 참석 배제 안해"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는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아카데미 영화상을 수상한 데 대해 "정치적 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 절하했다.
13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나발니'의 수상 소식에 대해 "작품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을 판단하거나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이처럼 밝혔다.
이어 "할리우드 역시 때때로 작품에서 정치화라는 요소를 꺼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숱하게 폭로했다.
그는 2020년 8월 비행기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2021년 1월 귀국과 동시에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사기와 법정 모욕 등 혐의로 총 1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그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옥중에서도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나발니'는 독살 시도 등 나발니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다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내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로이터 보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방문은 통상적으로 양국 간 조율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선 "매우 불안정한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모든 조처를 환영한다"며 "특히 지역의 핵심 국가인 두 나라와 관련해선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는 9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와 관련, "참석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뉴델리 G20 정상회의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의 일정이 겹치자 EEF 일정을 조정하기로 하는 등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구소련권 국가 외에는 해외 순방에 나선 적이 없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도 불참했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