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즉위 10주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상징적 장면 10가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현지시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교황은 2013년 3월 13일 선출 직후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의지 표명이 아니었습니다. 교황은 그로부터 넉 달 뒤, 즉위 후 첫 외부 공식 방문지로 난민 수용소가 있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방문했습니다.
가장 낮은 곳을 찾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벗이 되려는 교황의 행보는 전 세계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AP 통신이 교황의 즉위 10주년을 맞아 이처럼 짧지만,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장면들을 10가지로 간추려 조명했습니다.
1. 2013년 7월 8일, 교황은 바티칸 외부 첫 공식 방문지로 람페두사섬을 방문해 목숨을 걸고 이곳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들을 만났습니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유럽으로 가기 위한 주요 관문으로 꼽힙니다.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규탄하며 "주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고 우리를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 2013년 7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기내 기자회견에서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누구를 정죄하리오"라고 답했습니다. 이 발언은 오랫동안 교회에서 소외당했던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들에게 희망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3. 2015년 11월 29일, 교황은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분쟁국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교황은 수도 방기의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통합과 화해를 촉구했습니다.
4. 2016년 2월 13일, 교황은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 역사적인 화해의 장을 열었습니다. 가톨릭 수장과 러시아 정교회 수장의 만남은 가톨릭교회가 동방과 서방으로 분열된 11세기 이래 1천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교황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키릴 총대주교와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우리는 형제"라고 말했습니다.
5. 2019년 2월 4일, 교황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며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이슬람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에 발을 디뎠습니다. 교황은 이슬람 수니파 신학의 총본산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사원의 대이맘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와 '종교적 극단주의를 반대하는 인류 박애'를 골자로 한 공동 성명에 서명했습니다.
6. 2019년 10월 21일, 전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에서 남미 아마존 지역의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가 한창인 가운데 보수 가톨릭계 인사들이 성당에 보관된 원주민 조각상 3개를 훔쳐 이교도 우상이라고 주장하며 테베레강에 던져 폐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교황에 대한 보수파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보수파의 반발은 교황이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한 이후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7. 2019년 11월 24일, 교황은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 히로시마의 피폭지를 방문해 강력한 반핵·반전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교황은 핵무기의 사용뿐만 아니라 단순한 보유도 "부도덕하다"고 선언했습니다.
8. 2020년 3월 27일, 교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에 폐쇄돼 텅 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외로이 기도를 올렸습니다. 교황은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고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제 우리는 모두 함께 노를 젓고 격려가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9. 2022년 7월 26일, 교황은 캐나다 원주민들을 만나 백인 문화 동화 정책 등 과거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악행을 사과했습니다. 교황은 같은 해 4월 1일 바티칸에서 캐나다 원주민 대표들을 만나 "가톨릭교회 구성원의 개탄스러운 행위에 대해 주님께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한 바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캐나다로 날아가 주요 피해지를 돌며 일일이 사죄했습니다.
10. 2023년 1월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집전하며 2천년 가톨릭교회 역사에 전례 없는 한 챕터를 마무리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2013년 자진 사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을 위한 길을 열었고, 두 사람은 전임 교황과 후임 교황으로 바티칸에서 10년 동안 공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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