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극우 동행' 고립 부르나…"UAE, 무기구매 중단"
사우디, 세계관광기구 행사에 초청된 이스라엘대표단 비자발급 거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이스라엘과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온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 정부 내 극우 정치인들의 정책을 문제 삼아 무기 구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의 앙숙인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중동 내 정치 외교 지형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극우세력을 연정에 끌어들여 재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이 역내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12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UAE가 이스라엘산 무기 구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네타냐후 총리의 정부 통제력을 확신하지 못하는 한 협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방송은 네타냐후 정부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성지 방문 도발, 또 다른 극우 정치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의 팔레스타인 후와라 마을 파괴 발언 등이 무기 구매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1월 초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착촌 확장 정책을 주도해온 스모트리히 장관은 이달 초 팔레스타인 주민과 유대 정착촌 주민간 유혈사태가 벌어진 요르단강 서안의 후와라 마을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발언으로 반발을 샀다.
이들 극우 성향 장관들의 행보는 아랍권은 물론 우방인 미국 등에서도 우려와 비난이 쏟아졌다.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도발은 네타냐후 총리의 UAE 방문 취소로 이어지면서,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의 대아랍권 외교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이스라엘이 스모트리히 장관 주도로 정착촌 확장 정책을 강행하자, UAE는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결의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과 아미르 하예크 UAE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UAE의 이스라엘산 무기 구매를 중단 보도를 부인하고 있지만,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인 극우세력의 행보가 이스라엘의 고립을 부르고 있다는 징후는 이어지고 있다.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에서 개막한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행사에 이스라엘 대표단이 초청받고도 입국이 거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UNWTO 사무국은 올해의 최고 시골 관광지 32곳 가운데 하나로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지역의 산골 마을인 크파르 카마를 선정하고, 이 마을을 대표하는 이슬람계 이스라엘인과 정부 관계자를 행사에 초청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이스라엘 대표단의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이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UNWTO 사무국이 행사 주최국에 모든 회원국을 동등하게 대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사우디는 이스라엘 대표단의 입국 불허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이 아브라함 협약을 계기로 아랍권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한 이후 사우디는 이스라엘 국적기에 영공을 개방하고 종교, 사업 목적의 이스라엘인 입국을 허용했으나, 극우세력과 손잡은 네타냐후의 재집권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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