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압박 심화…美 부채한도 갈등에 은행 준비금 급감까지
양적긴축 영향으로 준비금 3조달러 수준으로 감소
지속되면 향후 SVB 파산 같은 위기에 대응 힘들어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문제에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이하 준비금) 급감까지 겹쳐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준비금은 미국 은행들이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예치해 둬야 하는 자금을 가리킨다.
최근 미국 은행들의 준비금은 연준이 시행 중인 양적 긴축(QT)의 영향으로 급감했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양적 완화(QE) 프로그램을 시행해 금융시스템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됨에 따라 그 반대 과정인 QT를 통해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은행들의 예금잔고 역시 감소했다. 이는 은행 고객들이 은행에 쌓아 둔 현금을 줄이고 수익률이 높은 다른 자산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준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준비금이 적으면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악영향을 주며, 이 탓에 은행이 기업의 성장과 확장을 위해 자금을 공급하는 능력이 저하한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설명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연준 자료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으로 은행들의 주 평균 준비금은 2조9천990억 달러(3천898조 원)였다.
이는 2021년 12월에 기록된 최고치인 4조3천억 달러(5천600조 원)보다 1년여만에 1조3천억 달러(1천700조 원) 감소한 것이며, 5년에 걸쳐 서서히 이뤄졌던 지난번 QT 사이클의 유동성 감소 규모와 맞먹는다.
런던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러퍼의 투자 디렉터 맷 스미스는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은행 시스템은 준비금이 감소하는 추세 탓에 이런 충격에 대응하기가 훨씬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런 충격의 예로는 지난 10일 발생한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을 들 수 있다. SVB 파산이 금융부문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번에 연준이 시행했던 QT는 2019년 9월 급작스럽게 종료됐다. 이는 당시 은행 준비금이 단기 자금시장의 정상 가동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저 한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환매조건부채권(RP) 이자율(repo rate)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의회가 설정해 둔 한도에 달할 경우 재무부가 국채 발행으로 돈을 빌리는 데 지장이 생긴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지난달에 한도인 31조4천억 달러(4경800조 원)에 근접했으며, 재무부는 6월 초까지 부채한도 상향이 의회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디폴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 BNY 멜런에서 외환거래와 거시경제 전략가로 일하는 존 벨리스는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역 RP'로 더 많은 현금이 들어가며 그 탓에 준비금이 더욱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역 RP는 연준이 보유한 장기 채권을 은행들에 담보로 맡기고 은행으로부터 초단기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SVB 파산을 계기로 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가면서 소규모 은행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예금 유출, 역 RP, 은행 준비금은 모두 서로 연관돼 있다. 예금으로 예치됐던 돈이 빠져나가면서, 역RP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유입된다. 또 역 RP가 늘어나면 실질적으로 준비금을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시장이 아직 패닉 상황에 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로이터가 전한 분석가들의 견해다.
준비금 규모가 2조9천990억 달러(3천898조 원)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2019년 2조 달러(2천600조 원)까지 감소했던 때보다는 아직 많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QT는 엄청난 규모의 QE 후에 실시되는 것이어서, 필요한 준비금의 수준이 지난번 사이클보다 클 공산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퍼의 스미스 디렉터는 "모든 대차대조표(보유자산) 규모가 그때보다 커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전환점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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