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다큐상 주인공 '푸틴 최대 정적' 나발니…세계 이목
러시아 정재계 부패 폭로하며 '푸틴 대항마'로 부상
2020년 독극물 중독 위기…횡령 등 혐의로 징역 11년6개월 선고
가족, 수상소감서 "진실 말해 감옥행…자유 위해 계속 싸울 것"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7)의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12일(현지시간)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정치 역정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976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마을 부틴에서 태어난 그는 2008년 러시아 대형 국영 기업 여러 곳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정·재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1년 반부패 재단을 설립한 뒤 러시아 고위 관료의 비리와 정경유착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폭로하면서 러시아 기득권층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굳혔다.
주류 언론에서는 외면당했지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지를 확보했고,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반부패 시위를 여러 차례 주도했다.
2018년 대선에 도전하려고 했으나, 전과로 인한 피선거권 자격 논란 끝에 출마는 좌절됐다.
나발니는 2020년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쓰러지며 일생 최대의 위기가 닥쳐왔다.
당시 그는 기내에서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 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돼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받았고, 2021년 귀국과 동시에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은 곧이어 열린 재판에서 횡령 등 혐의로 나발니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고, 지난해에는 사기 및 법정모등 등 혐의를 더해 징역 9년을 추가했다.
나발니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230㎞ 떨어진 도시 블라디미르 내 감옥에 수감돼 있으며, 그간 징벌방에 수십 차례 보내진 탓에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나발니'도 독살 시도 등 나발니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영화 속 나발니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고위 인사로 위장, 자신의 암살 작전에 참여한 요원과 통화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는 감독 대니얼 로허와 무대에 올라 "내 남편은 진실을 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다"면서 "당신과 우리나라가 자유로워질 날을 꿈꾸고 있다. 내 사랑, 힘을 내길.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로허 감독도 "알렉세이, 당신이 우리에게 보낸 중요한 메시지를 세상은 잊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독재자와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발니의 딸 다리아 나발나야는 인터뷰에서 "영화가 그 자격에 맞는 충분한 관심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 "우리는 아버지를 구출해낼 것이며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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