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국내 벤처·스타트업 비상…"투자심리 위축"(종합2보)

입력 2023-03-13 15:03
수정 2023-03-13 17:13
SVB 파산에 국내 벤처·스타트업 비상…"투자심리 위축"(종합2보)

중기부, 시장 예의주시…"금융·벤처투자 연결돼 리스크 있을지 살펴보는 중"

스타트업 전문가 "美 현지 VC서 투자받는 스타트업 등은 꽤 영향 받을 것"

국내서 SVB 모델로 기술금융은행 설립 검토되기도…"부정적 영향 지켜봐야"

한국벤처투자, 예금 전액 보증에 안도…투자한 일부 글로벌 펀드 SVB에 자금 예치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임성호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선 SVB가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어서 당장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투자 위축이 장기화하는 것은 아닌지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도 금융시장 경색이 자칫 벤처투자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가뜩이나 시장도 어려운데…투자 심리 위축 불가피"

13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투자 규모가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SVB 사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VB에 이어 미국 금융 중심지 뉴욕주에 있는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되며 충격은 작지 않은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 파산해 버리면서 가뜩이나 투자 시장이 어려운데 심리적 위축이 올 것 같다"며 "국내 시장도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최항집 센터장도 "한국은 직접적 영향은 크진 않을 수 있지만 들어온 돈이 글로벌화가 많이 돼 있어서 미국 현지 VC(벤처캐피털)들에서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나 미국에 진출해 있는 스타트업들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센터장은 "한국에만 있는 스타트업이라도 글로벌 VC들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며 "안 그래도 불경기다 뭐다 하는데 스타트업 업계에 타격이 오면 안 될텐데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도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스타트업의 경우 SVB 파산의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글로벌 투자 위축이 장기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중기부, 시장 상황 예의주시…"금융·벤처투자 연결돼 있어"

정부는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SVB 파산에 따른 동향이나 진행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벤처업계에 커다란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혹시나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벤처투자보다는 금융 쪽이 문제가 되겠지만 금융이라는 것이 벤처투자와 서로 연결돼 있어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려는 것"이라며 "감독,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로 10%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가 파산한 것이어서 벤처투자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은 6조7천640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줄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는 38.6%, 43.9% 각각 감소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2천952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75.2%나 줄었다.



◇ 국내서도 SVB 모델 기술금융은행 설립 검토…향후 추이 주목

국내에서는 SVB를 모델로 하는 기술금융 특화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돼왔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벤처기업협회는 그간 국내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SVB 같은 은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술금융에 특화된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대전에서도 자체적으로 SVB와 같은 은행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이번 SVB 사태가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광역시는 SVB를 모델로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1월 이장우 시장이 SVB를 방문해 대전시가 추진하는 투자은행·대전투자청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시는 법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은행 전 단계인 신기술 금융회사 형태의 대전투자청을 먼저 설립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벤처투자 손실 볼 뻔했다가 전액 보증에 '안도'

한국벤처투자는 이번 SVB 파산으로 바짝 긴장했다가 미국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해 주기로 하면서 한시름을 놨다.

한국벤처투자가 투자한 글로벌 펀드 중에 SVB에 투자금을 예치한 펀드들이 있어 자칫 손실을 볼 뻔했기 때문이다.

중기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정부가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해외 VC(벤처캐피털) 글로벌 자펀드 중 일부 펀드가 SVB를 수탁사로 활용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예금 전액을 구제해 주기로 결정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폐쇄된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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