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톈안먼시위 추모 활동가들, 국보법 시행령 위반 징역형
저명 노동가 '국보법 위반 혐의' 사건 관련 추가 체포 이어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활동가 3명에 대해 홍콩국가보안법 시행령 위반 혐의로 나란히 4개월반 징역형이 선고됐다.
12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전날 홍콩 웨스트카오룽 치안법원은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초우항텅 전 부주석 등 핵심 간부 3명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이는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시행세칙과 관련해 내려진 첫 번째 선고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해온 단체다. 그러나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압박하자 2021년 9월 자신 해산했다.
지련회가 해산하기 전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43조의 세칙 5를 적용해 지련회 조사에 나섰다. 세칙 5는 경찰에 홍콩과 관련해 '외국 대리인' 혹은 대만 정치 단체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국가안전처는 이를 근거로 지련회에 회원과 기부자 명단, 재정 보고서와 활동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초우 전 부주석은 전날 법정에서 지련회는 외국 대리인이 아니며 1년간 이어진 재판에서 드러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우리에 대해 선고하는 것은 진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라며 "권력이 거짓에 근거해 행사될 경우 이에 반항하는 것만이 인간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국가안전처는 지련회가 미국 등이 지원하는 해외 단체들로부터 자금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지련회가 톈안먼 사건과 관련해 일련의 활동을 하며 소위 '민주주의 중국'을 건설하고 중국 공산당을 전복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앞서 초우 전 부주석은 2020년과 2021년 당국이 불허한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징역 22개월을 선고받았으며, 지련회의 리척얀 전 주석·앨버트 호 전 부주석과 함께 국가보안법상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도 기소됐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권력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전날 국가안전처는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남녀 두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콩 더스탠더는 체포된 이들이 지난 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홍콩직공회연맹(HKCTU)의 전 비서장 엘리자베스 탕의 여동생 메릴린 탕과 앨버트 호 전 지련회 부주석의 남동생 프레데릭 호라고 전했다.
더스탠더는 이 두 사람이 경찰의 수색 전 엘리자베스 탕의 집에서 컴퓨터와 서류 등 일부 증거를 가져간 혐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인 프레데릭 호는 자기 형과 리척얀 전 지련회 주석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고 있다.
메릴린 탕은 직공회연맹 훈련센터의 국장을 지냈다.
엘리자베스 탕과 리척얀은 1985년 결혼했으며 1990년 함께 직공회연맹을 결성하고 홍콩의 노동 운동을 이끌었다. 직공회연맹은 홍콩 최대 노동단체로 성장했으나 국가보안법 시행 후 당국의 압박 속에 2021년 10월 자진 해산했다.
영국에 머물다 최근 귀국한 엘리자베스 탕은 9일 수감 중인 남편을 면회하러 갔다가 교도소 밖에서 똑같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에게는 '외국 또는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혐의'가 적용됐다.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가 이뤄진 것은 10개월 만으로, 최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이 홍콩에서 국가 안보 위험의 싹을 자르라고 지시한 직후 이뤄졌다.
또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이후 첫 사례다.
홍콩에서는 지금껏 230여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그중 140여 명이 기소됐다.
엘리자베스 탕은 전날 20만 홍콩달러(약 3천300만원)를 내고 보석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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