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스타 진행자 리네커 출연정지 논란…SNS 정부 비판 발언 후
'매치 오브 더 데이' 진행자, 정부 이민 정책을 1930년대 나치에 빗대
BBC "소셜미디어 이용 합의될 때까지 진행하지 말라"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BBC가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인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를 출연 정지시키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BBC는 10일(현지시간) 리네커에게 소셜 미디어 이용과 관련해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매치 오브 더 데이' 진행을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BBC는 "리네커의 최근 소셜미디어 활동이 회사 지침에 위배된다"며 "정당 정치 이슈나 정치적 논란에서 한쪽 편을 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BBC는 "최근 리네커 측과 논의한 끝에 이렇게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리네커는 지난 7일 정부가 불법 이주민에겐 난민 신청을 불허하고 추방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트위터에서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1930년대 나치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860만명에 달한다.
이에 난민 정책을 발표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비극을 축소하며, 개인적으로 남편이 유대인인 나에겐 불쾌한 일"이라고 비판하는 등 집권 보수당 정치인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각에선 BBC 진행자인 리네커의 발언이 BBC의 공정성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리네커는 BBC 정식 직원이 아니고 뉴스나 정치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으므로 BBC의 소셜 미디어 이용 기준을 엄격하게 따르진 않아도 된다는 반론도 있었다.
'매치 오브 더 데이'는 매주 토요일 밤에 방영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하이라이트 중계 프로그램이다.
리네커는 1999년부터 진행을 해왔으며 작년 한 해에만 135만파운드(약 21억5천만원)를 받았다. BBC도 "축구와 스포츠 프로그램에선 리네커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전날 리네커는 "BBC 징계가 두렵지 않다"며 "11일에 평소처럼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하루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BBC 발표에 역시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이언 라이트가 리네커에게 연대를 표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동조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노동당은 BBC가 정치적 압력을 받고 표현의 자유를 공격하는 비겁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