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이틀 연속 60%대 폭락 예고에 거래 중단…매각 논의도
美 금융권 위기 확산 우려 속 대형은행들 주가는 안정세 회복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폭락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본 조달 실패로 회사 매각까지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 커졌다.
다만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10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VB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은 22억5천만달러 규모의 증자 계획에 난항을 겪자 이를 포기하고 기업 매각을 포함한 대안 모색에 나섰다.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기업들과 주로 거래하는 이 은행은 스타트업 고객들의 예금 인출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하는 바람에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한 자본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은 SVB는 자문사를 고용해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대형 금융회사들이 SVB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CNBC는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고객사들에 SVB에서 자금 인출을 권고했다는 언론 보도를 포함해 연이틀 부정적인 소식들이 쏟아진 셈이다.
이에 SVB 파이낸셜 주가는 전날 역대 최대인 60% 이상 폭락한 데 이어 이날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68% 폭락세를 보였다. 나스닥은 현재 이 주식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SVB 사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월가의 대형 은행들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 가격의 하락(채권 금리는 상승)은 모든 은행권이 맞닥뜨린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유 채권의 가치 하락은 매도 전까지 미실현 손실에 불과하지만, 만약 고객들이 예금을 앞다퉈 인출하기 시작한다면 은행들로서는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정말로 손실을 보면서 만기 전 채권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아진 다른 금융 상품으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많아질 가능성은 있다.
SVB에서 현실화한 이러한 시나리오가 다른 은행들로 확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전날 미국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은 520억달러 이상 증발했다. 이날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장 중 한때 20% 폭락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은행들이 SVB처럼 큰 손실을 내고 보유 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고객 노트에서 "SVB가 맞닥뜨린 현재의 압력은 매우 특이한 경우로, 다른 은행들과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소폭 상승 또는 약보합세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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