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복잡한 채용 절차, 쉽게 해줍니다"
채용 업무 덜어주는 솔루션 개발 이태규 두들린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기업의 채용 방식이 해마다 일정 시기에 한꺼번에 뽑는 정기 공채에서 벗어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수시 채용 위주로 바뀌고 있다.
정기 공채는 머잖아 거의 자취를 감추고 기업 대부분이 수시 채용에 의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시 채용 환경에서는 인재를 구하는 기업들이 중시해야 할 요소로 빠른 채용이 우선순위에 오른다.
속도감 있게 채용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의 문을 함께 두드리는 유능한 지원자를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시 채용이 보편적인 채용 패러다임으로 정착하는 가운데 기업의 신속한 채용 작업을 돕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설립된 채용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두들린이 선보인 '그리팅'(Greeting)이 대표적이다.
지난 2일 서울 강남대로 어반하이브 빌딩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가 이태규(28) 두들린 대표를 인터뷰했다.
◇ 모집 공고부터 합격 통보까지 한 시스템에서
이 대표 설명에 따르면 그리팅은 미국 등에서 먼저 발달한 지원자 관리 시스템인 ATS(Applicants Tracking System)를 모델로 삼아 채용 업무를 지원하는 툴로 개발한 웹 서비스다.
모집 공고에서 지원서 접수, 면접 전형 일정 조율, 합격 통보에 이르는 전체 채용 업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한다.
취업 정보 사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지원자를 모아서 관리하는 기능을 갖췄다.
엑셀 프로그램이나 이메일로 처리되던 종래의 채용 업무는 그리팅 시스템 내부로 끌어모았다.
채용사이트를 무료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코딩 지식이 없는 인사 담당자들도 자사 이미지에 적합한 독자 채용 사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 채용 사이트는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통해 구글 등에서 해당 기업 이름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검색 결과 페이지의 맨 위에 노출된다.
2021년 7월 클라우드 서비스로 공식 출시된 그리팅은 채용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장점이 부각돼 기업 채용 담당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베타 버전으로 시험 서비스를 제공한 6개월 동안에만 600여 곳의 고객사가 생기는 등 채용 전담 조직이 없거나 자체 채용 솔루션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됐다.
현재 그리팅을 쓰는 업체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KT, 넥슨, 삼양식품 등 대기업 외에도 쏘카 같은 대형 스타트업을 포함해 3천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두들린은 기동성이 강한 스타트업 기질을 살려 고객들이 요구하는 사양을 발 빠르게 탑재하는 전략으로 그리팅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그리팅 출시 첫해에 매일 한 번꼴인 300차례 이상의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1~2주에 한 번씩 새 기능을 장착한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 캠퍼스 창업…AI 면접 코칭 서비스로 시작
한국외국어대에 2014학번으로 입학한 이 대표는 서울 강남 중심지에 사무실을 둔 팀원 50명 규모의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다.
2015년 입대해 공군에서 2년간의 병역을 마치고 복학한 뒤 학업보다 창업 쪽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컴퓨터공학과 더불어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중국어(통번역) 공부가 자신에겐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기로 마음먹었죠. 어떤 아이템을 할까 고민했는데, 가장 많이 눈에 띈 게 저나 친구들이 당면한 취업 문제였어요. 취업 준비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게 굉장히 많더라고요. 취업이나 채용에 연관된 여러 문제를 풀어보자는 생각을 했던 거죠."
이 대표는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자 했느냐는 물음에 "처음엔 면접에 관심을 뒀다"고 답했다.
"면접시험을 처음 보러 갈 때 그냥 긴장되잖아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준비하는 데 괜히 돈을 쓴다거나 하는 일들이 매우 많아요."
이 대표가 2020년 3월 캠퍼스 창업 멤버 5명과 함께 출범시킨 두들린은 첫 서비스 모델로 '아이엠터뷰'를 내놓았다.
취업 준비생(취준생)이 모의 면접 영상을 올리면 인공지능(AI)으로 표정이나 말의 속도 등을 분석해 개선할 점을 알려주는 면접 코칭 서비스였다.
두들린은 창업 초기에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생성형 AI 모델(GPT)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서비스를 한발 앞서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취준생에 초점을 맞췄던 사업 방향을 채용 쪽으로 돌렸다.
"취준생 대상 서비스를 1년여 동안 했는데, 합격하고 나면 취준생으로 돌아오지 않잖아요. 좀 더 큰 임팩트를 내려면 (취준생을 뽑는) 기업 인사 담당자 쪽으로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채용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검토해 (그리팅 전신인) 핏플을 만들었습니다."
두들린은 창업 이듬해인 2021년 1월 출시한 핏플의 이름을 6개월 만에 그리팅으로 바꾼 뒤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대표는 "창업 초창기에 봤던 기회 같은 게 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채용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였다.
그는 채용 시장의 대세가 정기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맞춰 채용 관리 업무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빈번하게 이뤄지는 채용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비용과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그리팅을 개발한 동기를 설명했다.
◇ "채용도 속도전…빠른 채용이 인재 확보로"
이 대표는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은 시장에서 더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면 자사가 좋은 기업임을 알리는 브랜딩도 중요하지만 채용 속도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디게 진행되는 채용 절차가 능력 있는 지원자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좋은 지원자는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채용은 속도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채용 절차를 밟는 것이 수시 채용 시장에선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5년 안에 정기 공채만 하는 회사는 거의 없어지고 기업 대부분이 수시 채용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들린은 올 2월 106억원의 신규 투자를 받아 누적으로 총 159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이 대표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팅에 대한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매출 증가율이 높은 점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팅은 구독 형태로 제공되는 서비스여서 유료 구독자의 충성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월간 반복 매출(MRR)이 중요한데, 작년의 월평균 MRR 성장률이 15% 정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수치는 B2B로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Saas)를 제공하는 글로벌 상위 25% 회사들이 두들린과 비슷한 규모일 때 기록했던 성장률의 3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두들린이란 사명은 낙서를 통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미술 용어 두들링(Doodling)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낙서처럼 보일 정도로 작고 약한 기능들이 모였지만 정말로 대단하다는 얘기를 듣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채용 업무를 지원하는 다양한 툴들을 계속해서 내놓겠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