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피살된 미국인들 마약 전과…카르텔, 용의자 직접 넘겨(종합)
美일각, 카르텔 소탕에 '軍파견' 주장…멕시코 대통령 "주권에 대한 위협"
걸프 카르텔, 5명 붙잡아 당국에 인계…"이들은 우리 규율 어겼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북부 도시에서 괴한에 납치됐다가 숨지거나 다친 채 발견된 미국인들은 마약 밀매와 소지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에서 무장 괴한에 의해 납치됐다가 나흘 뒤 숨지거나 다친 채 발견된 미국인 4명 가운데 3명에게 마약 소지·제조·유통 관련 범행 기록이 있었다.
특히 사망한 2명은 마약을 밀매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로 조사됐다. 강도나 무기 소지 등 범행 사실도 있었다.
생존자 2명 중 1명 역시 마약 제조 및 유통, 절도 등 범죄로 체포된 적 있다고 멕시코 언론들은 보도했다. 로이터는 다른 1명도 마약 관련 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들 4명은 노스캐롤라이나 번호판을 단 하얀색 미니밴을 타고 국경을 넘자마자 마타모로스에서 총격을 받고 피랍됐다. 이 중 2명은 숨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친척은 미국 언론에 "(4명 중 1명이) 복부에 미용 시술을 받기 위해 마타모로스 병원에 가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멕시코 당국은 이번 사건과 피해자들의 과거 범행 간 연관성 여부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번 범행을 저지른 유력한 용의자 집단으로 알려진 걸프 카르텔이 마타모로스 일대에서 마약과 관련한 '영역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르빙 바리오스 타마울리파스 법무부 장관은 "(용의자들이) 4명을 다른 사람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른 수사선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멕시코 마약 갱단 엄단을 위해 군대 동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댄 크렌쇼(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멕시코 대통령은 듣고 있나요"라면서 갱단 소탕을 위한 군사력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CNN 인터뷰에서 미국 테러리스트 명단에 멕시코 카르텔을 포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자국군 파견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주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미국 군대가 우리 영토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걸프 카르텔은 "이번 사건 용의자들"이라며 남성 5명을 직접 붙잡아 이날 당국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엘우니베르살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손을 묶인 남성 5명이 거리에 엎드려 있는 사진과 함께 '우리는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인계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우리 규율을 어겼다'는 취지의 손 글씨 서한을 카르텔 측에서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타모로스 주민 등에 대한 유감 표명과 '폭력을 비난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 수사당국은 5명에 대한 범죄 혐의점을 조사하는 한편 서한 내용 진위도 파악하고 있다.
앞서 피해자들 동선을 감시한 혐의 등으로 구금한 다른 1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캐묻는 한편 피해자들을 치료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기관을 상대로 수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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