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둔화에 노점 다시 인기…상하이, 영업 장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경제 둔화와 높은 청년 실업률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노점 영업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전했다.
린다 슝(31) 씨가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수에 자신의 노점 경험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하자 2주 만에 약 900명의 누리꾼이 해당 계정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길거리 영업에 좋은 목은 어디이며, 어떤 것을 팔아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일부는 퇴근 후 부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고, 다른 이들은 노점상을 직업으로 삼을 계획을 밝혔다.
2020년 상하이에서 노점상으로 나섰다가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슝씨는 최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그는 SCMP에 "정부가 지정 구역에서 노점 영업을 독려해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쇼핑몰 인근에서 주로 손으로 뜬 장난감을 판매하는 그는 "지금까지 나쁘지 않다. 거의 한 달 내내 일하면 2만 위안(약 378만원)을 벌 수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시 정부는 신음하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달 말 질서 있게 노점 영업을 허용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각 구 당국이 보행자 구역과 푸드 마켓 바깥 공간 같은 공공 지정 장소에서 노점 영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노점 영업을 허용한 지 석달 만에 나온 세부 계획으로, 그 이전에는 위생과 무질서를 이유로 노점이 전면 금지됐다.
SCMP는 "취업 시장의 압박 증가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의 추구 속에서 주로 20∼30대가 정부의 정책이 완화된 가운데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전반적인 도시 실업률은 5.5%였지만 16∼24세 실업률은 16.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많은 이들은 올해 1천158만명의 신규 대졸자들이 가세하면 취업 시장이 더욱 힘겨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중국 온라인 채용사이트 자오핀의 설문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노동자 5만명의 약 47%가 올해 직장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39.8%가 그같이 답했다.
전문가들은 노점상의 부활이 시의 분위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면서도 경제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물음표라고 지적했다고 SCMP는 전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레노보의 창업자 류촨즈 같은 거부들도 1980∼1990년대 노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후 도시 정화 작업이 벌어지면서 노점은 점차 사라져갔다.
그러다 2020년 리커창 중국 총리를 비롯해 베이징과 청두 등 지방 정부 관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둔화를 피하고자 노점 경제 활성화를 주창했고, 관리들이 야시장을 찾은 모습이 잇달아 관영 매체에서 소개됐다. 그러나 이듬해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노점은 점차 이내 사라졌다.
슝씨는 노점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만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출납원으로 일했던 이전 직장에서 한 달에 8천 위안(약 151만원)도 벌지 못했고 매일 출근해야 했다"며 "지금은 어떤 날은 한 푼도 못 벌고 어떤 날은 1천 위안(약 19만원)도 넘게 버는 등 불안정하지만 더 많은 자유가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업이 더 잘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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