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절친' 첼리스트 계좌에 출처불명 660억원…돈세탁 정황
스위스 검찰 "푸틴 측근이 막대한 자산 관리" 재판서 의혹 제기
러 국영은행 스위스지사 前임원진, 자금세탁 조력 혐의 부인
변호인 "푸틴 친구, 돈 많을 수도 있어"…법원, 오는 30일 평결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첼리스트를 통해 거액의 돈세탁이 이뤄진 정황을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과 영국 BBC 방송, 일간 가디언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 검찰은 최근 세르게이 롤두긴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은행의 스위스 지사에 근무했던 전직 임원 4명을 기소했다. 3명은 러시아 국적이고 1명은 스위스인이다.
'푸틴의 지갑'으로 불리는 첼리스트이자 사업가 롤두긴은 2014∼2016년에 걸쳐 자신의 은행 계좌에 출처가 불분명한 5천만달러(약 658억5천만원) 정도의 자금을 예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롤두긴은 앞서 푸틴 대통령의 해외 지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목되면서 미국 정부의 개인 제재 명단에 오른 바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이날 취리히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 은행가들은 자금 수익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최대 7월의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특히 검찰은 공소장에서 "푸틴은 공식적으로는 수입이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4천만원)에 불과하고 부유하지도 않지만, 사실은 그의 측근들이 관리하는 막대한 자산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롤두긴의 자산과 푸틴 대통령의 연관성을 언급한 것이다.
2014∼2016년 롤두긴이 음악가 혹은 사업가로서 공개적으로 별다른 수익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수상한 자금이 오간 것에 대해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현지법상 은행은 계좌 소유자나 자금 출처에 의심이 있을 경우 거래를 정지하거나 계좌를 폐쇄해야 한다.
실제 이 시기 롤두긴은 언론에 자신이 첼리스트로서 수입이 많지 않다며 "나는 사업가도, 백만장자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하곤 했다고 BBC는 지적했다.
검찰은 일단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자금 규모는 3천만 스위스프랑(약 419억9천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얀 호프만 검사는 "모든 증거가 롤두긴이 이 자산의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은행가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 4명은 법정에서 해당 금융거래와 관련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실소유주에 대한 의구심 여부만 놓고 이들을 처벌하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롤두긴은 푸틴의 친구이기 때문에 재산이 많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재판과 관련, 롤두긴이 러시아 기업체에 보유한 지분을 통해 정직하게 돈을 번 "훌륭한 음악가이자 후원자"라고 감쌌다.
그러면서 "롤두긴의 자금이 러시아 지도자와 연결돼있다고 연결 짓는 것은 반(反)러시아적인 '푸틴공포증'(Putinophobia)일 뿐"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유권자들에게 자산과 급여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다시 재판을 열어 유무죄 평결을 내릴 예정이다.
BBC는 "푸틴 대통령의 재산이 실제로는 1천250억달러(약 164조7천억원)에 달하며, 이는 롤두긴과 같은 친구나 페이퍼컴퍼니에 조심스레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검찰이 유죄 평결을 받으려면 롤두긴의 돈이 사실상 푸틴의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통상 스위스와 러시아 간 수사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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