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파업 이틀째…대중교통·항공 운항 차질

입력 2023-03-09 02:13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파업 이틀째…대중교통·항공 운항 차질

정유소 폐쇄·일부 항구 봉쇄·파리 쓰레기 수거 작업 중단

마크롱, 노동계의 회동 요청 거부…"의회 논의 존중"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파업이 8일(현지시간) 이틀째 이어지면서 대중교통 운행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이날 고속철도 3대 중 2대가 취소됐고 스페인, 영국, 벨기에 등 외국으로 가는 기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파리교통공사(RATP)도 SNCF 등과 함께 장기 파업을 예고한 탓에 파리 등 수도권을 연결해주는 지하철과 버스 운행 횟수도 줄어들었다.

관제사들 파업으로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는 이날 운항할 예정이던 항공편 5대 중 1대, 오를리 공항에서는 3대 중 1대꼴로 취소됐다.

클레망 본 생태전환부 산하 교통 담당 장관은 오는 9일과 10일에도 파업 여파로 교통 부문에서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에서는 쓰레기 수거업자들이 이틀 연속 파업에 동참하면서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로 가득 찬 쓰레기통이 줄줄이 놓여있었다.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자회사 에소 등 정유소가 문을 닫고 기름을 운송하지 않는 바람에 몇몇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나 디젤이 동나기도 했다.

남부 마르세유, 북부 르아브르 등 일부 항구에서는 강경 노조원들이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운반하는 선적의 입항을 막아섰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파리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여성 단체들이 조직한 시위에서도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이 잦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하거나, 더 적은 연금을 받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연금 개혁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프랑스 8개 주요 노동조합이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개최한 제6차 시위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내무부는 128만명으로 추산했고, 주최 측인 노동총동맹(CGT)은 정부 추산보다 3배 가까이 많은 350만명으로 자체 집계했다. 양측 계산에 큰 차이가 나지만 역대 최다라는 평가는 동일했다.

노조는 이달 11일 제7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노조 대표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긴급 회동을 요구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여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RTL 라디오와 인터뷰와 브리핑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현재 의회에서 진행 중인 논의를 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랑 대변인은 정부의 연금 개혁안이 프랑스인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대안들은 더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을 올리거나, 국가부채를 늘리거나, 연금을 줄이는 것과 같은 다른 대안들은 더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적자의 수렁에 빠진다는 이유로 정년 연장을 골자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늦추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은 현재 연금 개혁에 비교적 우호적인 우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심의하고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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