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이후 10개사 인적분할 시도…소액주주 지분희석 우려
"'자사주 마법', 지배력 배분 왜곡…적절한 규제 필요"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송은경 기자 = 올해 말 지주회사 전환 관련 과세 특례 일몰을 앞두고 인적분할 재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으로 지배주주 지배력이 높아지는 데 반해 소액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규제가 요구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인적분할 재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회사는 현대백화점[069960], 현대그린푸드[005440], OCI[010060], 대한제강[084010], 동국제강[001230], 조선내화[000480] 등 10곳이다.
인적분할 재상장 신청 회사는 2019년 3곳, 2020년 6곳, 2021년 1곳, 2022년 상반기 1곳 수준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9곳이 무더기로 신청했고 올해 들어서도 조선내화가 인적분할 재상장을 신청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인적분할 재상장을 신청한 10곳 중에서는 6곳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한 경우다.
업계에서는 물적분할 시 주주 권익이 강화된 것에 더해 올해 말 지주회사 전환 관련 과세 특례가 일몰됨에 따라 그 전에 혜택을 보려는 기업들이 인적분할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상 기업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해당 주식 처분 전까지 과세를 이연하고 있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경우 지배주주가 추가 비용 없이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자사주 마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들이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을 동일하게 갖게 된다.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에 나서면 기존회사가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받아 결과적으로 지배주주가 신설회사에 지배력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 자사주 마법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2021년의 상장기업 인적분할 144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로 전환된 인적분할의 경우 지배주주(개인)가 평균 27.01%의 지분을 보유했는데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는 존속회사 45.89%, 신설회사 9.08%의 지분을 갖게 됐다.
지배주주가 법인인 경우 분할 이전 기존회사 지분이 6.55%였는데 분할 이후에는 존속회사 지분이 9.13%, 신설회사 지분이 37.53%로 늘었다. 반면 지배주주가 아닌 외부주주의 지분율은 기존 57.36%에서 존속회사 39.29%, 신설회사 53.09%로 줄었다.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일반주주들의 반발도 나타난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적 분할 안건이 부결됐다.
인적 분할로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배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백화점 자사주가 홀딩스로 출자되면서 의결권 있는 백화점 주식도 간접 확보하게 돼 대주주의 지배력만 강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OCI, 동국제강, 대한제강, 조선내화도 각각 이달 정기주총이나 이후 임시주총을 통해 인적분할 안건 표결을 앞두고 있으나 주주들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특히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심사 중인 대한제강(24.7%)과 조선내화(20.0%) 역시 자사주 지분율이 인적분할 추진 기업 평균(9.1%)보다 매우 높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될 우려가 있다.
대한제강은 1년 내 취득한 자사주가 12.2%에 달해 인적분할 이전에 일부러 자사주 비율을 높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배력과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키는 자사주 마법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것은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에 대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규제체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일관적 규제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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