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국에 밀려 명품 시장서 매력 상실 중"

입력 2023-03-08 11:32
"홍콩, 중국에 밀려 명품 시장서 매력 상실 중"

럭셔리 브랜드들, 하이난 등 중국 본토서 매장 늘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지난 1월 홍콩과의 왕래를 3년 만에 재개해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으로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홍콩이 예전과 같은 글로벌 사치품 시장의 지위를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이어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홍콩 매장을 상당수 철수한 반면, 중국 본토에 신규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7일 "세계 럭셔리 쇼핑 중심지 중 한 곳인 홍콩이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2019년 5천6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였던 한때 명품 매장으로 가득했던 홍콩의 화려한 쇼핑가들에 지금은 약 절반의 가게가 비어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임대료가 홍콩의 침사추이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쇼핑 거리' 1위를 차지했다. 침사추이의 임대료는 팬데믹 이전보다 4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업체 새빌스에 따르면 침사추이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가인 캔톤 로드의 공실률은 약 53%에 달한다.

새빌스의 홍콩 간부는 로이터에 "대부분의 럭셔리 소매상들은 홍콩 명품 시장이 아찔한 정점을 찍었던 2014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홍콩의 주요 쇼핑가를 돌아다니면 럭셔리 매장 앞에 줄이 선 것을 보지 못할 것이고 줄이 있다고 하더라고 매우 짧다"고 밝혔다.

홍콩 침사추이와 코즈웨이베이의 쇼핑가에서 지난 3년여 티파니, 발렌티노, 버버리 등 유명 럭셔리 브랜드가 철수한 자리에는 약국이나 스포츠 브랜드들이 대신 들어왔다.

그 기간 홍콩의 전체 소매 매출은 2018년과 비교해 약 30% 급감했다.

홍콩의 소매 데이터는 사치품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사치품 판매 분야는 홍콩을 찾는 관광객의 거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본토인들의 입경이 막히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일례로 지난해 보석, 시계, 고가 선물 판매는 2018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88억홍콩달러(약 6조5천억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홍콩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자 홍콩을 찾은 여행객 수는 지난해 12월의 3배가 됐지만 여전히 2019년의 약 10% 수준에 머문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홍콩 방문객 수가 2018년의 70%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르메스, 구찌 등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중국 본토인들을 위해 중국에서 매장을 늘려나갔고, 하이난과 마카오는 중국 당국의 면세 지역 확대 움직임 속에서 중국인들의 인기 여행지가 됐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의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CEO는 로이터에 "홍콩은 중국인들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면세 지역이었던, 10년 전과 같은 수준으로 결코 돌아가지 못한다"며 "중국인들은 이제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난 당국은 2021년 관내 면세점 10곳의 매출이 602억위안(약 11조2천84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신장했고, 쇼핑객은 970만명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하이난의 면세 매출 확대 덕에 2021년 중국의 사치품 매출은 2019년의 두 배인 4천710억위안(약 89조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2013년 4천945억홍콩달러(약 83조원)로 정점을 찍었던 홍콩 전체 소매 매출을 능가하는 규모다.

중국 당국은 하이난의 면세 규정을 추가 완화해 더 많은 면세점이 입점하도록 할 계획이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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