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 여학생 '가스 테러' 범인 처음 검거…"반정부 세력"(종합)

입력 2023-03-08 03:10
이란 당국, 여학생 '가스 테러' 범인 처음 검거…"반정부 세력"(종합)

파르스 지역서 5명 검거…"학교와 사회 혼란 일으키려고 범행" 진술

230개 학교서 5천명 이상 피해…보건부 "공격 사용 물질 치명적이지 않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정보 당국이 최근 잇따른 여학생 목표 '독성 가스' 공격 관련자들을 처음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국영 IRIB 방송 등에 따르면 마지드 미르 아흐마디 내무부 차관은 이날 취재진에 "그간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정보부가 5개 주에서 사건 관련자 다수를 체포했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면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여학생 목표 '독성 가스' 공격과 관련된 사람이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당국은 여학생을 목표로 한 독극물 사건에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파르스주(州)에서는 이와 관련해 5명이 검거됐으며 이들은 반정부 세력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남성 2명, 여성 3명으로 학교에서 범행하던 중 정보 당국에 붙잡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파르스주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학교와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이슬람공화국의 신성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내무부 관계자는 "체포된 사람들이 최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으며, 외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언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 당국은 전국적으로 확산한 이번 공격에 사용된 물질에서 치명적인 독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이드 카리미 보건부 차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공격에 사용된 물질 샘플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화학 무기·신경 가스·독가스 등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 학생의 90%는 매우 가벼운 증상으로 곧바로 귀가했으며, 보통 몇시간 후 모두 안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시아파 성지 콤에서 처음 일어난 '가스 공격'은 테헤란, 아르다빌, 이스파한, 아브하르, 아흐바즈, 마슈하드 등으로 퍼졌다.

피해 학생들은 학교 건물 복도와 교실에서 독성 물질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했고, 두통·호흡곤란·메스꺼움·마비 증세를 보였다.

최근 현지 언론 집계에 따르면 이란 전역 230여개 학교에서 5천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

이란 당국은 피해 사례가 처음 보고됐을 때 독성 가스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는 의혹을 일축하면서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으로 인한 일산화탄소와 대기 오염이 이상 증세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슷한 피해 사례가 여러 도시에서 이어지자 의도된 공격임을 인정했다.

이란 전역에서 4개월 넘게 유사한 피해가 계속된 가운데 누가 이런 범행을 주도하는지 무슨 물질이 사용됐는지 밝혀지지 않자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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