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개척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DJ 체류 30주년 심포지엄
민주화와 한류 관계 모색…"군사독재정권이면 한류 없었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체류 30주년을 기념해 민주화와 한류의 관계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케임브리지대 클레어 홀 칼리지는 6일(현지시간) 오후 약 8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DJ는 대선 패배 후 1993년 클레어 홀 칼리지에 방문연구원으로 머물렀고, 2001년에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업적이 한국 문화산업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한류 개척자"라고 평가했다.
정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은 문화 진흥을 국정과제로 삼아 문화 예산을 유례없는 규모로 키우고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했으며, 군사독재의 산물인 불필요한 검열을 없애고 창작의 자유를 보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문화교류를 본격화했는데 당시 일본 문화가 한국 사회를 휩쓴다는 우려는 기우가 됐고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는 '한류의 근원'에 관한 발표에서 1970-80년대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서 한류의 뿌리를 찾았다.
주일·주영 대사를 지낸 라 교수는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며 문화 행사를 조직하고 지하 서클 등에서 스스로 공부를 했다"며 "한국 사회 모순은 청년들이 창의적 사고를 발휘하는 원천이었고 이는 창조적 에너지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 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한국 등 외국 문화"라며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는데도 한국 드라마·음악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제규 영화감독은 민주화 운동이 영화 제작에 미친 영향에 관한 질문에 "중국이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 할리우드 영화같이 만들까 봐 한동안 두려워했지만, 중국 영화계 친구들은 중국이 검열이 너무 심해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아이템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국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공산권은 콘텐츠 발전이 어렵고 우리도 군사독재 정권이었다면 한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앨런 쇼트 클레어 홀 칼리지 학장과 김누리 케임브리지대 한국학과 교수가 진행을 맡았고, 윤여철 주영한국대사가 인사말을 했다.
이어 이혜경 킹스칼리지 런던대 교수와 마크 모리스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펠로 등도 발표자로 나섰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