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는 일 하늘이 보고 있다" 리커창 고별 발언 화제
트위터 통해 확산…"의미심장한 발언, 누구를 겨냥했나"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최근 정부 부처 고별 투어에서 한 발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 총리가 지난 2일 국무원 판공청 직원 800여 명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연설한 영상이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리 총리의 고별 투어 영상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에 의해 차단되고 있지만, 통제 밖인 유튜브나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여전히 번지고 있다.
이 영상에서 리 총리는 "사람들은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고들 말한다"며 "국무원 동지들이 지난 기간 노고가 많았고,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누리꾼들은 '삼국지연의'의 제갈량이 유비 사후 8번째 북벌에 나서면서 남긴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면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받게 된다며 자신과 동고동락한 국무원 관계자들을 격려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장악한 중국 최고 지도부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인들은 통상 부정적인 의미로 상대에게 경고할 때 이 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퇴임하면서 남긴 의미심장한 발언"이라거나 "누구를 두고 말하는 것이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 회의에서 임기 내 마지막 정부 업무보고를 한 리 총리는 오는 11일 신임 총리가 선출되면 10년간의 총리 생활을 마감한다.
한때 시진핑 국가 주석의 경쟁자였던 이 총리는 재임 기간 중국 서열 2인자로서 절대 권력을 향해 여러 차례 쓴소리하며 소신 행보를 보였다.
그는 2020년 전인대 기자회견에선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 명은 월수입이 1천 위안(약 17만 원)에 불과하다"며 시 주석이 제창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이 미흡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통제가 절정에 달했던 작년에는 10만 명이 넘는 공직자들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며 중국 당국이 시 주석의 최대 치적의 하나로 삼아온 '제로 코로나'를 직격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집단지도체제가 약화하고, 시진핑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했다.
이번 전인대의 마지막 업무 보고에서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중심으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시진핑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침으로 20차 당대회 정신을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가 업무 보고를 마치자 회의장에서 37초 동안 박수가 이어져 그에 대한 전인대 대표들의 신임이 여전히 두텁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