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 역사인식 계승"(종합2보)

입력 2023-03-06 15:01
수정 2023-03-06 17:28
日정부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 역사인식 계승"(종합2보)

韓 징용해법 발표에 총리 아닌 외무상이 공식 입장 표명

과거 담화에 담긴 '사죄와 반성' 표현도 직접 언급 안 해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는 6일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 해법 발표에 맞춰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다. 이 선언은 한국의 식민지 지배만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첫 사죄와 반성 표명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날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오늘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2018년 대법원 판결로 매우 엄중한 상태에 있는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일본 정부는 현재 전략 환경을 고려해 안보 측면을 포함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의 징용 해결책) 발표를 계기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기업의 자발적 재단 기부를 용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일본 기업의 재단에 대한 거출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정부로서는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에 의한 국내외의 자발적인 기부 활동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본건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2019년 7월에 공포한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재검토는 안보 관점에서 수출관리를 적절히 시행한 것으로 (징용) 노동자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한국이 개시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프로세스의 중단을 포함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야시 외무상의 약식 기자회견은 약 6분 동안 진행됐다.

당초 일본 주요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담긴 역대 내각 담화와 한일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직접 표명하는 방향으로 일본 정부가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공식 발표자가 기시다 총리에서 하야시 외무상으로 급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징용 해결책 발표자가 박진 외교부 장관이어서 일본 정부에서도 하야시 외무상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하야시 외무상은 과거 담화와 공동선언에 담긴 사죄와 반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데 그쳤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한국의 해법 발표와 관련한 질의에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에 협력해 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답변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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