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美디커플링 압박에 中수뇌부 기술자립 연신 강조(종합)

입력 2023-03-06 17:39
거세지는 美디커플링 압박에 中수뇌부 기술자립 연신 강조(종합)

시진핑·리커창, 양회서 나란히 "핵심기술 난관 돌파해야"

과학·기술 예산 2% 증액…"기초 R&D, 국가 발전 주요 동력"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조준형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의 기술 분야 대중국 견제가 점점 강도를 더하는 가운데, 중국 수뇌부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잇달아 핵심기술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춰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보다 2% 증액했고, 기초 R&D 연구에 초점을 맞춘 과학·기술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달려"

6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열린 전인대 장쑤성 대표단의 법안 등 심의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가 예정대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장쑤성에서 전인대 대표(대의원)로 선출됐기에 장쑤성 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은 이어 "혁신 주도의 발전 전략 실행을 가속화하고, 산(産)·학(學)·연(硏)의 심층 협력을 추동하고 주요 과학 기술 혁신 플랫폼 구축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고의 과학자가 앞장서서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과학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관건적인 핵심 기술의 난제 돌파를 위해 노력하고, 핵심 영역, 핵심적 단계를 제어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현직 2인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5일 열린 전인대 연례회의 개막식의 업무보고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은 자립·자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핵심 기술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양질의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와 함께 "산업정책은 발전과 안전을 병행할 것"이라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을 보장"하고 "산업망의 약한 고리를 보강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미국이 첨단 반도체 분야 등의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핵심기술 자립을 절박하게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들이었다.

미국은 최근 일본과 네덜란드로부터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한다는 약속을 받아낸 데 이어 중국 기업들에 대한 직접 제재의 칼을 잇달아 빼 들고 있다.

일례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일 중국군 현대화 지원, 대(對)이란 제재 위반, 자국민 감시 등의 이유로 AIF 글로벌 로지스틱, 갤럭시 일렉트로닉, 중국 최대 유전자 기업인 BGI 그룹의 연구소와 BGI 테크솔루션 등 28개 중국 기업을 수출 제재 명단에 올렸다.



◇"기초 연구, 중국 발전의 주요 동력"…챗GPT, 양회 주요 주제로

전날 중국 재정부가 전인대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과학·기술 예산은 전년보다 2% 늘어난 3천280억 위안(약 61조4천400억 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이는 중국 전체 연구개발(R&D) 경비의 작은 부분이며 지방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R&D에 투자하는 나라로, 지난해 3조 위안 넘게 쏟아부었다. 전년보다 10.4% 늘어난 규모이자 국내총생산(GDP)의 2.55%를 차지한다.

왕즈강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장관)과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은 이날 관영 통신 신화사와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중국의 계획은 기초 R&D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기초 연구는 이제 중국 발전의 주요 동력으로 여겨진다면서 "이는 당이 새롭게 이해하는 부분으로, 우리는 기본 기술과 놀라운 응용 프로그램을 더 많이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 연구의 방법론을 중시하면서 "과학자들이 기초 연구에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의 논리, 실용적 연구 패러다임은 최종 결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연구원들의 복지에 초점을 맞춘다면서 "기초 연구에서 선도적인 인재가 드물다. 기초 연구는 언제나 불분명한 길, 부정확한 방법, 높은 실패율을 동반한다. 우리는 이 영역에서 실패를 용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양회에서 챗GPT가 주요 주제로 논의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360안보기술의 저우훙이 창업자는 중국판 챗GPT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소셜미디어 즈후의 창업자 저우위안은 미성년자들의 AI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다.

중국 과학기술부 왕 부장은 전날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챗GPT는 결과를 실시간으로 도출하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매우 달성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챗GPT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중국이 언어 처리 과정과 언어 이해 분야에서 많은 계획과 연구를 수행했고 일부 성과도 냈지만 챗GPT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내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의 윤리 문제를 제기하며 기업들이 그러한 우려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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