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과격 기후활동가들, 이번엔 렘브란트 그림 앞 기습시위
대표작 '야경' 앞에서 "물에 잠긴 행성에 예술은 없다" 구호
안전장치 밖에 머물며 시위…미술관 측 "작품 피해 없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화석연료 산업에 반대하는 네덜란드의 기후활동가들이 바로크 시대 대표적인 네덜란드 화가인 렘브란트(1606∼1669)의 걸작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에 본부를 둔 기후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 소속 네덜란드 젊은 활동가 10명은 이날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렘브란트의 작품 '야경(夜警·The Night Watch)'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화석 연료 중단'이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은 활동가들은 렘브란트의 작품 앞에서 '바다보다 빨리 일어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물에 잠긴 행성에 예술은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든 현수막에는 '야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물에 잠긴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는 이상기후로 해수면이 상승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렘브란트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야라(19)는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다. 우리는 더는 피할 수 없다. 지구는 더워지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날씨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립미술관이 KLM 네덜란드 항공·네덜란드 은행 ING 등과 제휴관계인 점을 지적하며 "KLM 같은 화석연료 산업 기업들과 관계를 끊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는 15∼22세 사이 활동가 10명이 참여했다. 시위 현장에는 이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참석해 힘을 보탰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 방송 영상에 따르면 활동가들은 보안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품 앞에 세워진 안전장치 밖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작품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
국립미술관 대변인은 네덜란드 ANP 통신에 이번 시위로 렘브란트의 '야경'에 아무 피해가 없었으며, 시위대는 별다른 일 없이 미술관 밖으로 안내됐다고 밝혔다.
렘브란트의 대표작인 '야경'은 암스테르담 민병대장 프란스 바닝 콕과 대원들을 그린 단체 초상화로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절정이던 1642년 완성됐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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