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3년여만에 허가된 집회, 양회 앞두고 돌연 취소

입력 2023-03-05 11:37
수정 2023-03-05 16:01
홍콩서 3년여만에 허가된 집회, 양회 앞두고 돌연 취소

홍콩여성노동자연합, 전날 밤 설명없이 취소 공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당국이 3년 만에 허가한 집회가 직전에 돌연 취소됐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영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5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홍콩여성노동자연합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이날 노동권, 여성의 권리, 성 평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앞서 홍콩 경찰은 해당 집회 신청을 허가했다. 홍콩에서 집회 허가가 난 것은 3년여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홍콩여성노동자연합은 전날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돌연 집회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취소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콩 경찰은 기자들에게 일부 폭력 단체들이 해당 집회에 참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단체들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어 허가된 집회가 취소된 만큼 이날 해당 장소에 모여 불법 집회를 여는 이는 누구라도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홍콩 경찰이 중국 양회 기간 중국 당국을 당혹스럽게 할 수 있는 시위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주최 측이 여러 요인을 고려해 집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홍콩 경찰은 "국가 안보, 공공 안전, 공공질서와 다른 우려에 대응해 경찰은 어떠한 불법 활동도 예방할 다양한 수단을 적용할 의무가 있다"며 이날 집회가 예정됐던 장소에 인력을 배치할 것이며 불법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누구라도 최대 징역 5년 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전까지 홍콩에서는 수십 년간 노동자의 권리부터 폭넓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까지 다양한 주제의 집회·시위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이듬해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해 시행하면서 홍콩에서 집회와 시위는 사라졌다.

홍콩 정부는 2019년 시위 기간 시위 현장 복면 금지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19 발병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두 규정은 서로 어긋나게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지난 1일 해제되면서 마스크 착용은 자율화됐지만, 독감 유행 등을 이유로 여전히 홍콩 시민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 현장 복면 금지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대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일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의무와 시위 현장 복면 금지법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홍콩 행정장관의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의 로니 퉁 위원은 누구라도 시위 도중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기소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면 금지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2만5천 홍콩달러(약 414만원)의 벌금과 징역 1년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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