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양회 빅테크 거물들 퇴장…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장들로 대체
"중국 정책 우선 순위 변화 반영"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4일 개막한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이벤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거물들이 퇴장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수장들이 대거 진입했으며, 이는 중국의 정책 우선 순위 변경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 명단에서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딩레이 왕이 창업자, 리옌훙 바이두 최고경영자(CEO)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인사들의 이름이 모두 빠졌다.
이들은 시진핑 집권 2기 시절에는 전인대 대표나 정협 위원으로 활동하며 시 주석의 경제 관련 조력자 역할을 했으나 이번 양회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중국 당국이 2년여간 빅테크 '군기 잡기'를 해온 터라 이들의 양회 배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중국 당국은 2020년 10월 마윈이 당국의 금융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2021년 6월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이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하자 몸집이 거대해진 빅테크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 고강도 규제를 통한 길들이기에 나섰다.
빅테크는 반독점과 국가 안보 심사 등을 통해 당국의 집중 견제를 받았고, 수조원대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마윈은 1년여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뒤 해외를 떠돌고 있으며, 세계 최대 핀테크(FIN-Tech·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 기업인 앤트그룹의 지배권도 상실했다.
빅테크 대표 주자들이 빠져나간 이번 양회는 중국의 반도체업체와 전기차 등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분야의 수장들로 채워졌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화훙반도체의 장쑤신 회장과 AI반도체 제조업체 캠브리콘의 천톈스 최고경영자(CEO)가 각각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산둥유연반도체재료공사 대표도 이번 양회에 초대받았다.
또 휴대전화 생산업체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전기차업체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 등 첨단기술 분야 전문가 100명가량이 이번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에 포함됐다.
이들은 미국의 견제에 맞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반도체와 전기차, 신소재, 항공우주 분야 산업을 선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진핑 집권 3기를 맞아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협 위원 가운데 중국 본토와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 출신들이 새롭게 대거 포함됐는데 이는 중국 당국의 규제로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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