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들끓는데 호화미용실?…이스라엘 총리부인 시위대에 '진땀'
경찰 '총리부인 목숨 살려라' 수백명 투입 '구출작전' 촌극
네타냐후 부인 사라, 공금유용·사치행각으로 구설 전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인이 격렬한 반정부 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내 중심가의 호화로운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다가 시위대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사실상 미용실에 갇혀버린 사라 네타냐후 총리 부인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해야 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은 전날인 1일 밤 텔아비브 북부의 헤어살롱에서 발생했다.
이날은 시내에서 정부의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날이었다. 시위대는 정부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연일 강경 시위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정부가 섬광수류탄, 물폭탄 등을 동원한 강경진압을 벌여 시위대의 불만이 격앙돼 있던 차였다.
이때 네타냐후 부인이 텔아비브 북부의 호화로운 미용실에 머리를 하는 모습이 SNS에 올라왔다. 미용실의 다른 손님이 찍어 올린 것이었다.
안 그래도 '국민 밉상'으로 꼽히던 네타냐후 부인이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제의 미용실 앞에는 삽시간에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미용실 밖에서 네타냐후 부인을 향해 "나라가 불타고 있는데 사라는 머리나 하고 있다", "부끄럽지 않느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차량 경적을 울려 불만을 드러내는 시위대도 많았다.
그러는 중에도 미용실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의 폭력 행위는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별다른 위험 상황이 아닌데도 이스라엘 정부의 대응은 사뭇 진지했다.
정부는 미용실 앞 시위대의 '포위망'을 돌파하겠다며 국경수비대 병력 수백 명을 미용실 앞으로 긴급 투입했다. 기마경찰까지 동원됐다. 국가안보장관은 이 '구출 부대'에 "부인의 생명을 수호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몇 시간 뒤 경찰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사실상 아무런 저항이 없었는데도 왜 이번 작전에 수 시간씩 소요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네타냐후 부인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미용실 앞에 대기하던 리무진에 탑승했다. 주변 시위대는 호위 행렬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아내의 무사 귀환 후 네타냐후 총리는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들'로 지칭하며 "난장판을 끝내야 한다. 생명을 잃을 뻔했다"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당사자인 사라 네타냐후 부인도 하루 뒤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구출해준 경찰에 감사를 전하고 "어제 일로 사람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부인은 각종 구설수로 이스라엘에서 이미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전력이 있다.
총리 부인으로서 공금을 유용하고 혈세로 운영되는 총리 사택에서 사치를 부리거나, 각국 지도자에게서 받은 선물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국정 운영에도 배후에서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적지 않다.
2019년에는 공금 10만 달러(약 1억 3천만원)를 들여 총리 공관에서 유명 셰프를 불러 음식을 차리게 했다가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경받는 플리바게닝에 나서야 했다. 당시 공관에는 기존에 고용된 셰프도 있었다.
최근에는 의회의 한 위원회가 네타냐후 가족의 의복·화장 비용으로 연간 수천 달러 예산을 추가 배정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한 언론인은 네타냐후 부부에 대해 "탐욕스럽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라며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 최근 우파 정권이 추진하는 권위주의적 사법개혁안에 반발하는 시위가 들끓고 있는데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유혈 충돌이 격화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 2개월여 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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