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접경 러 본토서 교전…푸틴 "테러" 비난, 우크라는 부인(종합)

입력 2023-03-02 23:29
수정 2023-03-03 15:42
우크라 접경 러 본토서 교전…푸틴 "테러" 비난, 우크라는 부인(종합)

1명 사망·어린이도 부상…국경마을에 포격·드론공격도

우크라 "러, 국민 겁주려 해"…'러 의용군' 공격 자인 동영상 유포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지역에 우크라이나 사보타주(고의 파괴 공작) 그룹이 침투해 러시아군과 교전이 발생했다고 2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밝혔다.

타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FSB는 이날 성명에서 "무장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브랸스크주 클리모프스키 지역에 침투했다"며 "보안군이 육군과 함께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했다. 현재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11세 어린이가 다쳤다"며 "다양한 종류의 폭발물이 대량으로 발견돼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알렉산드르 보고마즈 브랸스크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그룹이 클리모프스키 루베차네 마을로 침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클리모프스키 지역과 스타로두프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루베차네 마을의 한 상점에서 주민 여러 명이 한때 인질로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사건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방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보안기관 및 국방부의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이 오는 3일 예정된 정례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의 성격이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네오나치, 테러리스트들이 오늘 다시 테러공격을 저질렀다"며 "이들은 차 안에 어린이가 있는 걸 보고도 총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전통적이고 고의적인 도발"이라며 "러시아는 타국에 대한 공격과 전쟁 후 빈곤 심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을 겁주려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 관계자는 "공격자는 푸틴 내부의 적"이라며 러시아 내부 투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온라인에는 '러시아 의용군'이라고 밝힌 이들이 무기와 깃발을 들고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유포됐다.

이들은 "우리는 푸틴의 군대와 싸운다. 크렘린의 폭군에게 죽음을"이라며 러시아 국민에 무기를 들고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브랸스크주는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와 체르니히우주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남부 지역으로, 전날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이곳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드론 공습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교전이 벌어진 클리모프스키 지역은 브랸스크주에서도 우크라이나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키이우로부터 직선거리가 약 200㎞에 불과하다.

FSB는 지난해 12월에도 브랸스크주에서 4명의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그룹을 제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러시아 영토 내에서 본격적인 교전이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와 인접한 지역에서 드론이 추락하고, 이와 관련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 운영이 중단되는 등 본토에 대한 공격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에는 크림반도를 목표로 한 대규모 드론 공습이 시도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주변에서 드론이 발견된 지난달 28일 FSB 회의를 주재하고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를 막기 위한 방첩 활동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별개로 이날 모스크바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툴라주 키레예프스키 지역의 숲에서 폭발 분화구가 발견됐다고 주 당국이 밝혔다.

툴라주 관계자는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나 기반시설 손상은 없었다"며 "추정되는 사고 원인 중 하나는 무인기 추락"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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