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공짜 서비스' 美로비스트들…알고보니 국방자문 돈방석
英가디언 "이례적으로 무료로 로비…우크라 관련 무기업체와 유료계약"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무기 지원을 받도록 '무료 로비 서비스'를 제공해온 미국의 로비스트들이 관련 방위산업체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비업체들이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공짜 로비'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등록된 외국 대행 로비업체 현황을 보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을 무료로 대리하는 로비업체가 25곳에 달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를 대행하는 로비업체는 11곳에 그쳤는데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새로 등장한 '공짜 로비' 제공 업체들은 대부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의회 등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미국 국방부 계약 업체 등 이번 전쟁으로 이득을 얻는 방산업체들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유명 로펌 호건 로벨스는 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 사업가 빅토르 핀추크가 운영하는 재단을 무료로 대리하고 있다는 내용의 FARA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이 업체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초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톰 틸리스 상원의원 측에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관련한 의회 행사를 지원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호건 로벨스는 동시에 사이버보안 업체인 루킹글래스사이버솔루션(Looking Glass Cyber Solutions), 지리 위치 분석 업체 호크아이360(HawkEye 360)과도 지난해 각각 20만 달러(2억6천만 원) 규모의 유료 계약을 맺고 로비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와 계약한 업체들이다.
또 다른 로비업체 BGR은 지난해 5월부터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인 바딤 이첸코와 보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인 엘레나 립키프스카 에르굴을 대리해 수수료 없이 로비활동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미국 국방부 계약 업체들로부터 50만 달러 이상을 받고 로비활동을 했다. 레이더와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방위사업체 레이시언은 지난해 BGR에 24만 달러를 지불했는데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20억 달러(2조6천억 원) 규모의 정부 계약을 따냈다.
러시아 기업과 일하다 우크라이나 쪽으로 '갈아탄' 로비스트도 있다.
머큐리퍼블릭어페어(이하 머큐리)는 전쟁 이전에는 수년간 러시아 은행·재벌기업과 유료계약을 맺고 로비활동을 해오다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우크라이나의 비정부기관(NGO)을 무료로 대행하고 있다.
머큐리 역시 지난해 미국 국방부 계약업체들로부터 로비활동 수수료로 18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가디언은 대부분의 로비업체가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BGR의 제프리 H 번바움 회장은 이해상충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 회사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모든 의뢰인을 대신해 일하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급증하고 있다.
가디언은 올해 미국 국방예산이 8천580억 달러(1천128조 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인 4천억 달러가 무기·방산업체에 돌아간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예산 낭비와 이해충돌 등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정부감독프로젝트(POGO)의 줄리아 글레드힐은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미국 내 재고를 보충하기 위한 무기 수요가 늘어났다"면서 "(정부) 계약자들은 우크라이나 관련 계약에서 수십억 달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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