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상어 번식지 확인할 '성배' 찾았다

입력 2023-03-03 10:08
수정 2023-03-03 19:05
베일에 싸인 상어 번식지 확인할 '성배' 찾았다

멸종위기 상어종 보호 진전…이빨 달린 새끼 상어 초음파 영상도 공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베일에 싸여있는 상어의 번식지를 찾아내 멸종위기 상어종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고안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이 과정에서 상어 배 속에서 이빨까지 발달한 새끼가 입을 오므렸다 벌렸다 하는 초음파 영상도 촬영됐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해양생물학자 제임스 술리코우스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상어가 새끼를 낳는 시점과 해역 등을 원격 전송할 수 있는 '출산알림태그'(BAT)를 고안해 멸종위기 상어 종의 번식지를 확인하는 방안을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1일자)에 발표했다.

상어는 연간 7천300만 마리가 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남획되는 데다, 임신 기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늦게 성숙하고 적게 낳아 전체 상어 종의 약 75%가 멸종위협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상어가 새끼를 낳고 이 새끼들이 자랄 수 있는 안전한 번식지가 영향을 받는 점도 상어 종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꼽으면서, BAT를 활용해 상어 번식지를 찾아 보호하는 것은 "성배이자 상어 관련 과학을 20년에서 40년 진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동 거리가 많은 귀상어와 뱀상어 등 두 종을 대상으로 BAT의 효능을 시험했다.

암컷 상어를 포획해 초음파검사로 임신이 확인되면 길이 5㎝, 너비 2.5㎝의 달걀 형태로 제작된 BAT를 특수장비를 이용해 배설강(排泄腔) 입구에 삽입했다. 이 태그는 상어가 새끼를 낳을 때 함께 배출되며 수면 위에 도달한 뒤에는 송신 모드로 전환돼 출산 시점과 장소 등을 위성에 알리게 된다.





연구팀은 이런 방법으로 상어가 해저의 난파선에 새끼를 낳는 것을 가장 편안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술리코우스키 교수는 "대부분의 상어 종은 어디서 새끼를 낳는지 또는 생존에 필수적인 번식지까지 얼마나 멀리 가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결과는 아주 놀라웠다"고 했다.

멸종위기 상어 종의 번식지가 확인되면 주변을 보호 수역으로 정하거나 기존 보호수역을 확대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술리코우스키 교수는 "배터리부터 소프트웨어나 안테나에 이르기까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패를 경험하며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상어를 연구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YNAPHOTO path='AKR20230302108100009_04_i.jpg' id='AKR20230302108100009_0401' title='출산알림태그 ' caption='[James Sulikowsk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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