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동차, 서방 떠난 러시아서 '대박' 노리다 역풍 맞을라
블룸버그 "작년 러 시장 17% 차지…반러 여론에 뭇매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서방 브랜드들의 공백을 차지하며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러시아의 침공 전쟁을 비난하는 서방의 여론에 의외의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지리·체리·창청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17%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 도요타 등 세계 굴지 자동차 업체들이 1년 전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덕을 본 것이다.
이들 자동차 업체들과 함께 애플, 소니, BP, 맥도날드 등의 주요 서방 기업들이 전쟁 초기에 러시아에서 대거 철수했지만 많은 중국 기업들은 그대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관계를 확대해 왔다.
중국 소비자들도 러시아에서 영업하는 자국 기업들에 철수하라는 압박을 거의 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년 전 러시아 철수를 주저하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의 경험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르노와 다른 프랑스 기업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후원하고 있다"고 비난한 이후 국내외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결국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마리나 루디악 중국학 교수는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 회사인 지리, 체리, 창청 등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레이더 아래로' 날 수 있었다"고 국제적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꾸준히 러시아에 잔류하면서 실적을 올리면서도 언제까지나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기업이 유럽·미국 등 세계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영업을 확대한 이력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실제로 지리자동차와 이 회사의 창업자 리슈푸 회장은 볼보와 폴스타를 포함한 스웨덴 자동차 회사들을 이끌고 있다.
리슈푸 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영국 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 애스턴 마틴의 최대 주주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지리와 볼보의 링크앤코 브랜드는 베를린, 바르셀로나, 밀라노 등의 도시에서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리의 지커 브랜드는 구글의 자율주행 업체 웨이모와 협업하고 있기도 하다.
루디악 교수는 "중국 회사들은 유럽인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입게 될 손해가 이익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분석회사 오토스타트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에서 체리의 판매 대수는 월평균 4천475대, 창청은 2천940대, 지리는 2천35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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