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연기금 ESG 투자금지' 결의안 의회 통과시켜
'ESG와의 전쟁' 본격화…바이든 거부권 행사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미국 공화당이 연기금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를 막는 결의안을 상원에서 통과시키는 등 ESG 투자에 대한 반대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첫 번째 패배를 맛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킬 것으로 보여 ESG 투자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주주 권리와 관련된 결정을 할 때 기후변화 등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부 규정을 뒤집는 결의안을 찬성 50표 대 반대 46표로 통과시켰다.
이날 표결에는 공화당 우세지역에서 내년 총선에 나서는 민주당의 조 맨친과 존 테스터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 3명이 불참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도 전날 찬성 216표 대 반대 204표로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 노동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연기금의 투자 결정 시 재무적인 면만을 고려하도록 규정한 규칙을 개정해 미국 근로자의 저축연금으로 ESG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 규정이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진보적 대의를 추종하도록 함으로써 투자를 정치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ESG 요소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일 뿐 ESG에 대한 고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브라운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결의안의 내용은 투자 결정 시 재정적인 성과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민간의 투자 결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모든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견해를 강요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백악관도 노동부 규정은 수탁자들의 저축과 연금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보장해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문제의 노동부 규정에 대해 화석연료 업계는 반대하고 있지만 다른 산업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ESG 투자에 적극적인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노동부 규정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공화당이 ESG 투자 반대에 나서면서 ESG 투자를 수용하는 월가와 미국 재계 등 전통적인 지지층과 맞서게 됐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미 의회는 1996년 제정된 법에 따라 연방정부 기관의 규정을 뒤엎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상원의 경우 대부분 법률을 뒤집기 위해서는 60표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결의안은 다수의 찬성만 있으면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공화당의 의도대로 노동부 규정이 다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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