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친환경 풍력단지의 아이러니…툰베리도 '철거' 시위
원주민들 "순록 방목에 방해"…대법원 "권리 침해" 인정에도 계속 가동
시위 과정서 툰베리 경찰에 연행…에너지장관, 출장 일정도 취소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건설 초기부터 원주민들의 반발을 산 노르웨이의 대규모 '친환경' 풍력발전 단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에너지부, 재무부 등 주요 정부청사 건물 앞에서 중서부 포센 지역에 있는 풍력발전 터빈 150여개의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 중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10대로, 기후활동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20)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순록 목초지에 들어선 해당 풍력발전 단지가 북유럽 우랄계 원주민인 '사미족'의 고유한 순록 방목 방식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이른바 '녹색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주 들어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에너지부를 비롯한 정부 청사 건물 출입로를 막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툰베리를 포함한 일부 참가자들이 이날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특히 테르예 아슬란드 노르웨이 에너지장관도 출입구를 막은 시위대 영향으로 이날로 예정됐던 영국 방문 일정을 연기하는 등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사미족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일부 지역에 사는 유목 원주민이다. 상당수는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적응했지만, 여전히 순록 방목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미족은 풍력발전 단지 건설 초기부터 순록의 이동 경로를 방해할 수 있다며 건설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해왔다.
노르웨이 대법원은 2021년 포센을 포함한 현지 풍력발전 단지 일부에 들어선 풍력발전 터빈이 국제적 협약에 따른 원주민들의 고유 권리를 침해한다며 사미족의 손을 들어줬지만, 풍력발전 단지는 이후에도 계속 가동 중이다.
이에 사미족들이 독자적으로 결성한 노르웨이의 '사미 의회'는 유엔 원주민권리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풍력 터빈이 철거돼야 한다면서 유엔 차원에서 노르웨이 당국과 소통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에너지부는 풍력발전 단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사미족의 입장 등을 고려해 타협안을 고심 중이지만, 법적 문제를 이유로 해결책이 마련되려면 최소 1년은 더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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