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반도 빙하도 기온 오르는 여름에 더 빨리 흘러내려

입력 2023-02-28 10:15
남극반도 빙하도 기온 오르는 여름에 더 빨리 흘러내려

위성 이미지로 22%가량 빨라지는 것 확인…그린란드 빙하와 유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의 해안 주변 빙하가 여름철에 더 빨리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빙하는 1년에 약 1㎞씩 이동하는데 기온이 오르는 여름에는 눈 녹은 물과 따뜻해진 해수가 빙하와 기반암 사이에서 윤활유 작용을 함으로써 약 22%까지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영국 리즈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기후·대기과학 연구소'의 애나 호그 부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유럽 위성 코페르니쿠스 센티넬 1호가 촬영한 고선명 이미지를 통해 빙하 이동 속도의 계절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4∼2021년 사이에 남극반도 상공에서 촬영한 1만여장의 위성사진을 활용했다.

남극반도는 남극대륙에서 북쪽으로 1천㎞가량 꼬리처럼 뻗어 나온 곳으로, 1992∼2017년에 빙하 녹은 물이 지구의 해수면을 7.6㎜ 상승시킨 것으로 연구돼 있다.



연구팀은 밤낮 없이 기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지형을 관측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로 확보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분석해 여름철에 눈이 녹고 남극해(南氷洋)의 수온이 오르면서 빙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밝혀냈다.

또 따뜻해진 남극해의 바닷물이 빙하의 흐름을 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빙하의 선단부분을 약화하는 것도 확인했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는 앞서 지난 21일 남극대륙을 덮고있는 빙상이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저지하는 해빙 면적이 179만㎢로 줄어들어 45년에 걸친 위성 관측 사상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벤저민 월리스 박사는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남극의 빙하가 환경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그린란드 빙하가 계절적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알고있었지만 남극의 빙하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점이 위성자료를 통해 드러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호그 부교수는 "남극반도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급속한 온난화를 목격해온 곳"이라면서 "이번과 비슷한 연구가 지속되면 빙하학자들이 얼마나 빨리 변화가 이뤄질지 예측하는데 도움이 돼 지구상의 얼음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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