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생활권' 도시계획에 음모론자들 "기후 독재" 맹공
차량 의존 낮추고 생활편의 높이는 구상…英 시의원은 살해협박까지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내 도달 가능한 생활권을 조성하는 도시 계획인 '15분 도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음모론자들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5분 도시'는 집에서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 장을 보거나 교육·보건시설, 공원 등에 닿을 수 있는 도시라는 비교적 간단한 개념으로, 이런 구상이 제시되자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보였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2020년 이에 바탕을 둔 공약을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다. 그동안 파리는 센강변 일부에서 차량 통행을 금지했고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충하고 작은 공원들을 조성했다.
캐나다의 오타와시도 2021년 15분 도시 건설 계획을 내놓았고 호주의 멜버른시는 '20분 도시' 건설 계획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슈퍼블록' 전략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포틀랜드시 등은 이미 10년도 더 전에 20분 도시 개념을 도입했고, 일리노이주의 오팔론시는 최근 15분 도시 전략을 소개했다.
CNN은 코로나19 팬데믹 봉쇄로 이동이 제한된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대한 재평가에 나서면서 이런 도시계획의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에서 도시통계학과 지속가능성 문제를 강의하는 알레시아 칼라피오르는 "우리는 점점 잘 갖춰진 곳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뜻밖의 역풍을 맞고 있다.
CNN은 시내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한 도시계획에 동조했다가 음모론자들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은 영국 옥스퍼드시의 던컨 인라이트 시의원의 사례를 전했다.
인라이트 의원은 최근 자신의 이메일과 SNS에 협박 문제와 메일이 쇄도했다며 "지방 의원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지만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옥스퍼드시에서는 주요 도로 6곳에 허가를 받은 사람만 통행할 수 있는 '교통 필터 시험운영' 계획안이 제시됐는데, 인라이트는 여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됐다.
그는 이런 도시 계획 자체에 대해서는 빈부 지역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등 비판이 있고 이는 지역민들의 정당한 우려라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상담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라이트 시의원을 협박한 사람들 다수는 옥스퍼드에 살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인라이트 의원이 '기후 행동이라는 미명 하에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려는 사악한 국제 음모 세력의 일원'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사례처럼 교통체증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낮추기 위해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는 도시계획은 극우 싱크탱크나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매체 등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기후 봉쇄'라는 음모론이 딱 들어맞았다고 CNN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15분 도시'를 치면 자신의 동네를 이탈하면 벌금을 문다거나 '도시 감옥'이 생긴다는 등 허위 정보가 뜬다.
거짓 정보와 극단주의에 맞서는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 기후연구와 정책'의 제니 킹 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화석연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후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키우려 노력해 왔다고 지적했다.
킹 소장은 이들이 "기후 행동은 기후 독재"라는 이미지를 덧칠했다고도 설명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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