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단식 투쟁' 伊 무정부주의자…법원, 정부 손 들어줘
최고법원, 코스피토 측 상고 기각…교도소 행정명령 41조 2항 유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가혹한 수감 환경에 반발해 약 4개월 동안 단식 투쟁 중인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자 알프레도 코스피토(55)와 관련해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탈리아의 최고법원은 24일(현지시간) 코스피토에게 적용된 교도소 행정명령 41조 2항을 완화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고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코스피토는 지난해 5월부터 41조 2항에 따라 독방에 수감됐다. 무정부주의 단체 동료들에게 무장투쟁을 계속하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그는 마피아 보스에게 주로 적용되는 41조 2항을 자신에게 부과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며 같은 해 10월 20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41조 2항은 범죄 조직 지도자들이 감옥에서 범죄를 모의하거나 지시하지 못하도록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차단하고 고립시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수감자는 야외 활동 시간이 하루 1시간으로 제한되고, 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 접견이 금지되며, 24시간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이 "중세식 징벌"이라고 부르는 41조 2항은 반인권적 성격 때문에 그동안 국제앰네스티, 유럽인권재판소로부터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몸무게가 120㎏이 넘었던 코스피토는 약 4개월간의 단식 투쟁으로 체중이 45㎏ 넘게 빠졌다. 그는 현재 물과 보충제로 연명하고 있다.
장기간 옥중 단식 투쟁으로 코스피토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정부주의 단체들은 이탈리아 국내외 공공기관을 12건 이상 공격하는 등 폭력을 무기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국가는 테러리스트들과 거래하지 않는다"며 41조 2항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사법부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최고법원은 41조 2항을 철회해달라는 코스피토 변호인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코스피토의 지지자들은 판결이 내려진 뒤 "살인자들!"이라며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해 법원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코스피토의 변호인은 "이건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코스피토는 판결 뒤 더는 보충제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 곧 죽을 것"이라며 "내가 죽은 뒤에도 누군가가 이 싸움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스피토는 2012년 원자력기업 대표의 무릎에 총을 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에 2006년 경찰학교 폭탄 설치 사건으로 추가 기소돼 20년의 형량이 더해졌다.
코스피토는 도합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내려달라며 항소했다.
교정 당국은 지난 1월 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코스피토를 사르데냐섬 사사리 교도소에서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밀라노의 오페라 교도소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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