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中 대러 무기제공' 검토설…시진핑의 선택은
中 "모욕이자 먹칠"이라며 부인…시진핑 방러까지 논란 이어질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과 보도가 서방 발로 잇달아 제기되면서 중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미국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과 탄약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가격 등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슈피겔은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공격용 드론 100대를 러시아에 파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인도 날짜를 4월로 보도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대포를 제공하는 문제도 러시아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미국 CBS방송에 나와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한 이후 후속 보도에서 구체적인 품목까지 거론된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에 맞선 전략 협력을 강화해왔지만 우크라 전쟁 개전 이후 1년간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며, 대러 군사 지원에 선을 긋는 한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개전 1주년인 24일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입장'에서는 조속한 러시아-우크라 직접 대화 및 휴전을 강조하면서 '중재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시도했다.
서방 발로 나오는 이야기대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전쟁의 제2선 '당사자'가 되는 일로, 그동안 밝혀온 중립 기조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대러 무기지원 검토설과 관련한 중국의 최신 공식 입장은 지난 23일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 때 나온 것이다.
당시 왕원빈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뜬구름 잡는 소리이자, 중국에 대한 모욕이고 먹칠에 지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한 최대의 무기 공여자인 미국이 끊임없이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먹칠을 하는데,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중·미 관계를 한층 더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답변은 거의 전면 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사흘 전인 지난 20일만 해도 같은 질문에 허위정보를 유포하지 말라면서도 결정권은 중국에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미묘한 여지를 남겼었다.
20일 브리핑에서 왕 대변인은 "미국 측은 중국 측에 명령할 자격이 없다"며 "우리는 미국이 중국-러시아 관계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데 대해 수용한 적이 없으며, 협박과 압박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는데, 23일 밝힌 입장은 그보다 훨씬 더 분명한 '부인'이었다.
만약 중국이 서방발 보도나 주장대로 대러 살상무기 지원에 나선다면 그것은 경제 회생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미국·유럽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어 가려던 중국의 올해 대외전략 구상을 사실상 전면 수정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전황의 아슬아슬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은 중국과 서방의 관계가 되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도록 만드는 일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특히 최근 '정찰풍선' 사태와 관련해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의 고삐를 당겨온 미국은 중국 관련 제재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가속 페달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중국에 대러 무기지원은 대외 관계와 경제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될 상황이다.
시기적으로도 시진핑 주석이 국가주석직 3연임을 확정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침공으로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당 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결정지은 데 이어 내달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직 3연임까지 확정지으며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킬 것이 확실시된다.
결국 중국이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러 무기지원에 나선다면 그것은 미중 전략경쟁을 '장기전'으로 간주한 가운데, 중국과 긴밀한 전략협력을 유지해온 푸틴 정권의 유지가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라도 지켜야 할 '전략적 이익'에 해당한다는 판단하에서 내리는 '고육책'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아울러 베이징의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제시한 중국의 대러 무기지원설에 '견제구' 성격이 짙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에게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다린다"며 시 주석의 방러를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외교가에서는 4월 시 주석이 방러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를 찾을 시 주석에게 푸틴 대통령이 무기 제공을 절실하게 요구할 경우 중국이 그간의 입장에서 선회해 무기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국이 미리 강도 높은 견제와 경고를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 때까지 중국의 대러 무기지원 관련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살상 무기보다는 민간용·군용 이중용도 품목을 민간 기업 간 거래 형태로 제공하는 정도의 '절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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