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1년에 국제사회 '평화' 외쳤지만…안보리 묵념도 따로

입력 2023-02-25 10:37
우크라戰 1년에 국제사회 '평화' 외쳤지만…안보리 묵념도 따로

서방, 우크라 지원·추가제재에 '단결'…러·中 "대화부터, 제재 중단해야"

러, 안보리서 '우크라 희생자' 추모 거부…양국 별도 요청에 2차례 묵념 진행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을 맞으면서 국제사회는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접점은 찾지 못한 채 분열 양상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며 러시아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으나,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은 러시아 철군에 대한 언급 없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화를 재개하고 휴전을 모색하라는 내용의 '평화계획'을 내놓았다.

G7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인 2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으로 정상회의를 연 뒤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밝히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성명에서 "러시아는 계속되는 침략을 중단하고 즉각 조건 없이 군대를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군사적 지원과 인도적 지원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와 러시아를 지원하는 제3국에 대한 제재 의지도 강조했다.

일본은 G7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의 120여 개인과 단체에 자산동결 등 추가 제재를 하고 드론 등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는 55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러시아가 전쟁 자금과 무기에 필요한 기술·장비를 조달하는 것을 더 광범위하게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10차 제재안에 합의했다. EU 의장국인 스웨덴은 이에 대해 "역대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제재"라고 밝혔다.

미국은 대러 제재 조치를 위반한 러시아와 제3국 기업들에 대한 수출통제, 러시아산 금속·광물·화학물질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20억달러(2조6천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캐나다도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주력전차를 4대 추가로 제공하고 장갑차와 155㎜ 탄약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 100여 개인과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유엔은 전날 총회에서 러시아의 즉시 철군을 촉구하는 평화 결의안을 승인한 데 이어 이날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를 열어 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생지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전쟁이 더는 확대돼선 안 된다. 유혈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평화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떻게 충돌을 끝내고 평화를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즉각 군대를 철수시키고 우크라이나 원래 영토를 보전해야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고 우크라이나를 떠난다면 그 순간 전쟁은 끝난다"면서 "안보리 이사국 중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는 평화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안보리 회원국은 양측에 휴전을 요구하거나 평화를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동등성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전날 유엔 총회 결의안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도 결의안 내용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와 그 우방국들은 군대 철수 전제조건을 거부한 채 양측이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중국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에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자 우크라이나 평화계획을 제안한 것이라며 "안보는 일부 국가만 누리는 배타적인 권리가 아니다. 한 국가의 안보는 다른 나라를 희생시키면서 추구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이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러시아군 철수 요구는 언급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빨리 직접 대화를 재개해 최종적으로 전면 휴전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또 입장문에서 "유엔 안보리의 권한 위임을 거치지 않은 모든 형태의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석유 금수 등 제재 중단을 촉구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유엔 총회 결의안을 비난하면서 러시아가 자국의 우선순위에 어긋나는 평화계획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벤자 대사는 또 안보리 이사국 연설에 앞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연설하도록 한 결정에 반대하면서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이 "이사회를 자기들만의 도구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전쟁 희생자 묵념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쿨레바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위해 1분간 묵념을 하자고 제안하자 네벤자 대사는 연필을 흔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가 별도로 자국 전쟁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요청함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1분씩 두 차례에 걸쳐 따로따로 묵념이 이뤄졌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전쟁 희생자를 위해 1분간 묵념하는 것조차 유엔 안보리에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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