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구당 부채 8천650만원…19년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기준금리 인상·부동산 시장 침체에 가계대출 줄고 가구수는 늘어
1인당 빚은 증가세 지속…"이번 기회에 디레버리징 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구당 빚이 8천65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체 빚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은 반면, 1인 가구 등의 영향으로 가구 수는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구당 빚은 1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다만 인구수는 지난 2020년 정점을 찍고 줄어들면서 지난해 인구 1인당 빚은 3천616만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7조원으로 전년 말(1천863조원)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한은은 지난 2002년부터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해오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는 2천158만가구였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전체 가구수로 나눈 가구당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8천652만원으로 전년 말(8천755만원) 대비 1.17% 감소했다.
연말 기준 가구당 부채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2년 3천76만원에서 2003년 3천59만원으로 0.56%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이후 2003년부터 2021년까지는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가구당 부채가 증가세를 나타냈다.
가구당 부채는 2002년 3천76만원에서 2007년(4천8만원) 4천만원선을, 다시 2011년(5천124만원) 5천만원선을 넘었다.
2015년(6천328만원) 6천만원선을 돌파한 데 이어 2016년 6천963만원, 2017년 7천412만원, 2018년 7천731만원, 2019년 7천916만원, 2020년 8천343만원, 2021년 8천755만원까지 불어났다.
[표] 가계신용 및 가구당 빚 추이
(단위 : 원,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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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신용 │가구수 │가구당 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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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63조7천944억 │1천812만│5천319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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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천19조405억 │1천839만│5천542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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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천85조2천592억 │1천870만│5천802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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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천203조992억 │1천901만│6천328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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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천342조5천268억 │1천928만│6천963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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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천450조6천274억 │1천957만│7천412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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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천536조7천122억 │1천988만│7천73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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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천600조6천7억│2천22만 │7천916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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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천729조4천847억 │2천73만 │8천343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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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천862조9천84억 │2천128만│8천755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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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천867조294억 │2천158만│8천652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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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가계신용은 한국은행, 가구 수는 통계청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빚이 감소한 것은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2022년 말 1천757조원에서 지난해 말 1천749조원으로 0.46% 감소했다.
반면 전국 가구수는 2021년 2천128만가구에서 2022년 2천158만가구로 1.4% 증가했다.
가구수 증가 속도에 비해 가계대출을 포함한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낮아 가구당 빚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반면 인구 1인당 빚은 2021년 말 3천600만원에서 2022년 말 3천616만원으로 0.4% 증가했다.
인구 1인당 빚은 가계신용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2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구수와 달리 전체 인구수는 2020년 5천184만명을 정점으로 2021년 5천174만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5천163만명으로 다시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만큼 가구당 빚은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53조4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6천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작년 9월 이후 11월까지 계속 뒷걸음치다가 12월 3천억원 늘었는데,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도 1월 8조원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기를 그동안 브레이크 없이 부풀어온 가계부채를 덜어내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말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 위험요인이므로 지금 우리나라가 디레버리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디레버리징은 중장기 구조적 이슈인 만큼 금리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고, 주택 금융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계 전체적인 고정금리·변동금리, 선분양·후분양 등 많은 것이 관련돼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로 살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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