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경쟁 과열 후폭풍…'재고 폭탄'에 가격전쟁 불가피
재고량, 배터리 설비 용량의 62%…CATL, 리튬 수익 환원 나서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광란의 확장' 끝에 중국의 동력 배터리 시장이 재고 폭증으로 가격 인하 전쟁이 불가피해졌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24일 보도했다.
중국 내 배터리 제조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급상승했지만, 전기차 등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추위핑 부사장은 지난해 중국 내 동력 배터리 제조 공장 등에서 재고 누적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중국 내 동력 배터리 재고 누적량은 2018년 13.6기가와트시(GWh), 2019년 23.2GWh, 2020년 19.8GWh, 2021년 65.2GWh, 2022년 251GWh로 늘었다.
유럽연합(EU) 등의 내연기관차 기피 및 전기차 선호 정책과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탄산리튬 배터리 산업이 호황기를 누렸으나, 하반기부터 베터리 재고 누적량이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작년 말로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지원 정책이 종료되면서 동력 배터리를 사용하는 신에너지차의 판매량도 감소했다. 실제 중국 승용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신에너지차 판매는 36만대로, 한 달 전인 12월보다 43.8%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리튬 배터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 새 배터리 제조 기업의 다운스트림(하방산업) 수요 예측이 낙관적이었으며 미래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배터리 제조 설비 용량을 늘렸다"고 짚었다.
차이신은 지난해 중국 내 배터리 제조기업들의 설비 용량과 비교할 때 재고 누적량은 전체의 62%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의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원가를 시가의 절반만 반영하는 '리튬 수익 환원' 계획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CATL은 전략적 협력관계의 전기차 기업에 탄산리튬 가격을 t당 20만 위안(약 3천770만 원)으로 고정해 산출한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기업이 3년간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80%를 CATL로부터 구매해야 하고 일정 수준의 수수료 지급을 조건으로 걸었다.
지난해 t당 60만 위안(약 1억1천300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t당 44만 위안 선(약 8천300만 원)에서 거래되는 탄산리튬 가격을 20만 위안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산정한 것이지만, 장기 구매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바꿔말하면 CATL이 배터리 재고 폭증 속에서 가격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중국 본토·아프리카·남미 등에 리튬 광산을 보유해 상대적인 여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CATL 역시 비야디(比亞迪·BYD), 궈쉬안 하이테크, 이웨이 리튬에너지, 쑨워다 등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 속에서 생존 모색 차원에서 리튬 수익 환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에선 CATL이 가격 인하 전쟁을 시작한 만큼 여타 경쟁업체들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품질·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CATL이 선두를 달리는 속에서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이를 따르고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도태가 예상된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또 다른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의 임원은 "앞으로 수년간 신에너지차에 대한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동력 배터리 산업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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