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수위 높이는 행동주의펀드…KT&G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종합)
KT&G "일부 안건 주총 상정 안 하기로…가처분은 법적절차 따라 대응"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홍유담 기자 = 행동주의 펀드가 KT&G로부터 한국인삼공사 인적 분할 등 주주 제안을 관철하기 위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격 수위를 한층 높였다.
KT&G는 24일 아그네스·판도라셀렉트파트너스·화이트박스멀티스트레티지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이 의안 상정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펀드는 그동안 KT&G를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전개해온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운용하는 펀드들로, 사실상 이번 소송의 원고는 FCP인 셈이다.
이들은 분할계획서 승인, 이익배당, 자사주 소각, 이사 선임 등을 다음 달 개최 예정인 KT&G의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관할 법원은 대전지방법원이다.
앞서 FCP는 KT&G에 인삼공사 인적 분할상장을 요구해왔다.
구체적으로는 KT&G(분할회사)에서 한국인삼공사 주식을 100% 보유한 지주회사(분할신설회사)를 분리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후 이 분할신설회사의 이사회에 차석용 전 LG생활건강[051900]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진을 꾸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밖에 FCP는 ▲ 주당 배당금 1만원 ▲ 주당 자사주 매입 1만원 ▲ 자사주 소각 ▲ 자사주 소각 결정 방식 관련 정관 변경 ▲ 분기배당 관련 정관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다양한 사항들을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사항을 주주제안으로 정리해 제출했으나 KT&G가 다음 달 주총 안건 상정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답하지 않자 선제적 조치로서 가처분을 낸 것이다.
FCP 측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한 안건들을 KT&G가 주총 안건으로 상정시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신청한 것"이라며 "만일 KT&G가 우리의 주주제안을 안건 상정하면 가처분을 취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원의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T&G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적법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상정하기로 했지만, 관련 법령에 비춰 적법하지 않은 일부 안건은 주총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 사실을 FCP 측에도 알렸다고 밝혔다.
또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만 밝혔다.
KT&G가 상정하지 않기로 한 '일부 안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입장으로 미뤄볼 때 분할계획서 승인 및 자기주식 취득 안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G는 지난달 인베스터 데이에서 인삼공사 분리 상장의 실익이 적다고 평가하고 주주환원 역시 기존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다음 달 주총에서 요구사항을 관철하고자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도 불사하는 사례가 더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한다.
한 행동주의펀드 관계자는 "주주제안을 하려는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도 유효한 수단 중 하나"라며 "주총을 앞두고 비슷한 사례가 늘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행동주의펀드 입장에서는 여론전이 중요한 상황에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 오히려 자신들의 주주활동에 정당성과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전망이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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