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로톡 이용금지 중단하라"…변협 등에 과징금 20억원
"과도한 광고 제한으로 변호사 간 경쟁·소비자 선택권 저해"
변협 "제재 결정 부당…불복 소송 제기·권한쟁의심판 청구"
(서울·세종=연합뉴스) 황재하 김다혜 기자 =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23일 나왔다.
공정위는 소속 변호사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변협에 명령하고 과징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변협은 불복 소송과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겠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로톡은 변호사에게 월정액 광고료를 받거나 무료로 소비자에게 노출해주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다.
공정위는 이날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특정 법률플랫폼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 사업자의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매우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보고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10억원을 두 단체에 각각 부과한 것이다.
시정명령에 따라 변협 등은 로톡 서비스 이용을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탈퇴하도록 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앞으로 다시 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변협 등이 법령을 따르지 않고 소속 변호사의 표시·광고를 제한해 표시광고법도 어겼다고 봤지만 동일한 행위인 만큼 과징금을 중복으로 부과하진 않았다.
법인을 고발하지 않은 데 대해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국장은 "생명의 안전 등과 큰 관련이 없고 법 위반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변협은 법률 플랫폼 이용 규제를 위해 2021년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변호사 윤리장전 등을 제·개정하고,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로톡 가입 변호사 1천440명에게 소명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해 8월 24일 법무부가 '로톡 서비스는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변호사법 유권해석을 내놨으나, 이후에도 로톡 이용자 징계 방침을 굽히지 않았고 실제로 작년 10월 9명에 최대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의결했다.
서울변회는 개정 변호사 광고 규정 시행 전인 2021년 5월과 7월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로톡 등 법률 플랫폼 탈퇴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변호사들이 의무 가입해야 하는 단체인 변협과 서울변회가 징계 권한을 이용해 로톡 이용 금지를 실질적으로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신 국장은 "변협 등은 변호사 간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동시에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변협 등의 행위는 변호사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니므로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적용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변협은 자의적으로 로톡 서비스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재단하고 로톡 이용 광고를 일률적으로 제한해 변호사법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변협은 로톡이 단순히 광고형 플랫폼이라기보다 거래를 주선하는 공인중개사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로톡이 월 25만∼50만원의 광고료를 낸 변호사를 무료 이용 변호사보다 검색 상단에 노출해줄 뿐 법률상담과 사건 수임에 따른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중개형 플랫폼이 아니라고 봤다.
변협은 변호사 광고 규정 제정 권한을 위임받은 공(公)법인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은 공정위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으나, 공정위는 유사한 성격의 대한의사협회, 법무사협회 등도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로 제재한 바 있다며 일축했다.
전원회의 재적 위원 9명 가운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 변호사 위원 2명은 변협 제재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2021년 6월 로톡의 신고로 시작돼 거의 2년 만에 마무리됐다.
변협과 장기간 갈등을 겪은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 50% 감원을 목표로 희망퇴직자를 모집 중이다. 지난해 6월 확장 이전한 서울 강남 신사옥에서도 철수할 방침이다.
변협은 이날 공정위 결정에 대해 "변호사 중개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의 근거가 되는 규정을 제정해 소속 변호사들에게 안내한 건 행정행위에 해당해 공정위 관장 사항을 벗어났다"며 "그럼에도 공정위가 결과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심사를 진행해 부당하게 제재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위는 심사 권한 자체도 없고, 내용과 절차 또한 심하게 불공정한 만큼 곧바로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momen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