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유전자 편집 아기' 中과학자 비자 논란 되자 취소
'고급 인재' 유치하겠다며 비자 신설하고 전과기록 요구 안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을 거친 아이를 출산했다고 발표한 후 불법 의료 행위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중국 과학자의 홍콩 비자가 논란 속 취소됐다.
22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 이민국 대변인은 전날 밤 성명을 통해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으로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에게 내준 비자가 무효라고 발표했다.
이민국은 허젠쿠이가 허위 진술을 통해 비자를 취득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그가 형사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2일부터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 지원자는 어떠한 전과 기록도 신고해야 하며, 지원자의 모든 정보는 정확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선 홍콩 노동부 장관은 전날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지원 요건을 개선했다며, 다양한 비자 프로그램을 시의적절하게 수시로 검토·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허젠쿠이는 2018년 11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도록 유전자를 편집해 쌍둥이 여자아이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 문제가 세계적인 논란이 된 가운데 2019년 중국 법원은 법을 어기고 유전자를 변형한 배아를 인간의 몸속으로 집어넣은 그에게 불법 의료 행위죄로 징역 3년과 벌금 300만 위안을 선고했다.
'중국의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리게 된 허젠쿠이는 지난해 4월 출소했으며 베이징에 희소병 연구소를 세웠다.
그는 지난 18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을 통해 홍콩 정부의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에 선발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지원해 일주일 만에 비자 승인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21일에는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에 가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개시한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은 세계 100대 대학 졸업자로 3년간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1년간 연봉이 250만 홍콩달러(약 4억 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내주는 내용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2년간 노동 인력 14만 명이 홍콩을 떠나자 홍콩 정부가 인재 유치를 위해 신설한 비자다.
그러나 허젠쿠이의 비자 취득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 윤리를 저버린 전과자를 고급 인재로 인정해 비자를 발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홍콩 입법회(의회) 도린 쿵 의원은 명보에 "정부가 즉시 비자 프로그램의 허점을 막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애초에 징역 3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은 허젠쿠이에게 비자를 내준 까닭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명보는 "이번 사건의 가장 의아한 부분은 왜 정부가 고급 인재 프로그램 지원자들에게 전과 기록을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라며 이번 일은 인재 유치에 급급한 정부가 성급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세부 사항을 고려하지 않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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