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그리스·튀르키예 방문한 블링컨 "대화로 의견차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이 대지진을 계기로 화해 무드가 일고 있는 '앙숙' 튀르키예와 그리스에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해소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그리스를 순차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묵은 의견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그리스 아테네에서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무장관을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양국의) 상황을 더 어렵게만 할 일방적 행동이나 거친 발언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랜 의견 차이를 해소해, 이 지역을 갈등 지대가 아니라 협력 지대로 만드는 데에 양국 모두 관심과 흥미가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을 만난 뒤 이날 그리스를 찾았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에게해의 영원한 앙숙'으로 불린다. 양국은 이웃 사이지만 오래된 영토 분쟁으로 갈등의 골을 키우면서 에게해 광물 채광권이나 영공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두고 충돌해왔다.
그러다 최근 대지진 참사를 겪은 튀르키예에 그리스가 누구보다 먼저 지원의 손길을 내밀면서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됐다. 그리스는 튀르키예에 지진이 발생한 직후 대규모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고, 임시텐트·침상·담요 등 구호 물품을 보냈다.
덴디아스 외무장관이 12일 직접 피해지역에 찾아가기도 했다. 실제 1999년 튀르키예가 이즈미르 대지진을 겪었을 때 그리스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됐던 사례도 있다.
그러나 덴디아스 장관은 튀르키예에 대한 지원으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는 것은 우리의 임무인 만큼 계속 도울 것"이라며 "소통을 통해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그것으로 정치적 결과가 되겠지만, 그리스는 지진 피해자 지원으로 튀르키예 측으로부터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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