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 다른' 中 국유기업…민간 건설 프로젝트 인수 거부
채무 복잡·수익 전망 나쁘기 때문…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국유기업들이 민간 건설 프로젝트를 인수하라는 당국 주문에 잘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중국에선 국유기업들이 막강한 힘을 가진 공산당과 정부의 암묵적인 지시에 복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부실을 떠안았다가 자칫 국유기업마저 위험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권위'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WSJ은 1년 전 중국의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곤경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국유기업들에 해당 프로젝트와 자산 인수를 장려했으나, 그 요구가 대체로 무시됐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 당국의 부동산 투기 단속으로 2021년 말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2021년 말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직면했고, 그 이후 여타 부동산개발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2020년 매출이 1천100억 달러(약 144조 원) 이상이었던 헝다는 당시 중국 내 280개 도시에서 1천3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탓에 혼란이 컸다. 여기에 중국 유수의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아파트 공사 등도 중단 또는 지연됐다.
이는 지난해 내내 중국 전역의 주택 판매 부진과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주택 구매자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모기지 상환 거부 사태가 이어졌고, 금융 불안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들의 역할을 기대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들에 민간 프로젝트와 자산을 인수하라는 반복적인 암시를 했을 뿐 직접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도 국유기업들의 개입을 장려해 시장의 힘에 의존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펴려 했던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국유기업들로선 사업상 필요한 토지를 각 지방정부의 공개 경매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보고, 민간 기업이 추진해온 프로젝트 인수를 기피했다.
WSJ은 2021년 매출 기준으로 28개 민간 부동산개발 기업들 가운데 4개 기업의 프로젝트만이 국유기업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의 천수진 분석가는 매물로 나온 프로젝트 대부분이 복잡한 채무가 얽혀있거나 수익 전망이 좋지 않았다고 짚었다.
사실 지난해 내내 중국 당국의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특히 중국은 작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전후로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작년 9월 신규 주택 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할 경우 지방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 금리를 내려주거나 무이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연장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지방정부들이 투기 방지 차원에서 추가 주택 구매를 금지해왔으나 최근 후베이성 우한시를 시작으로 2주택 구매를 허용하는 추세다.
그러나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중국 내 70개 도시의 신규주택 가격은 16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들어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1% 상승했으나, 그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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