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아기'로 징역 中과학자 홍콩 '고급인재' 선발 논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을 거친 아이를 출산했다고 발표한 후 불법 의료 행위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중국 과학자가 홍콩 정부가 진행하는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선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는 지난 18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을 통해 홍콩 정부의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에 선발됐다고 밝혔다.
허젠쿠이는 2018년 11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도록 유전자를 편집해 쌍둥이 여자아이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이후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 문제가 세계적인 논란이 된 가운데 2019년 중국 법원은 법을 어기고 유전자를 변형한 배아를 인간의 몸속으로 집어넣은 그에게 불법 의료 행위죄로 징역 3년과 벌금 300만 위안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출소했으며 베이징에 희소병 연구소를 세웠다.
허젠쿠이는 명보에 홍콩 정부로부터 비자가 승인된 사실을 확인하며 홍콩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희소 유전병에 대한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연계 유전자 치료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도시이며 나는 홍콩의 전망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개시한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은 세계 100대 대학 졸업자로 3년간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1년간 연봉이 250만 홍콩달러(약 4억 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내주는 내용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 13일 현재 1만810명이 지원했고, 그중 약 3분의 2가 중국 본토인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지원자와 관련해 중범죄 기록이 없고 신청을 거부할 만한 안보상의 이유가 없으면 비자 신청이 우호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명보는 허젠쿠이가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의 어떤 조건에 부합해 비자를 받았는지, 징역 3년의 전과가 있음에도 비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홍콩 이민국에 문의한 결과 당국은 개별 사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지원자가 허위 정보를 신고할 경우 비자는 무효가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허젠쿠이는 명보에 아직 홍콩에서 그를 고용한 기관이나 학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달 초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의 가족들과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아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입법회(의회) 틱치연 의원은 홍콩 정부가 고급 인재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맹목적으로 비자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범죄 기록이 있는 경우 홍콩 정부는 이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면서 허젠쿠이에게 비자를 내준 배경에 대해 대중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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