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선동 콘텐츠에 빅테크 책임 묻나…미국 대법원 판단 주목

입력 2023-02-21 12:15
테러 선동 콘텐츠에 빅테크 책임 묻나…미국 대법원 판단 주목

30년 가까이 '통신품위법 제230조'로 폭넓은 면책 인정

관행 뒤집힐지 관심…플랫폼 업체들은 전전긍긍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온라인 표현의 자유와 빅테크 기업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관리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2개 사건의 구두변론이 이번 주에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잇달아 진행된다.

미국 연방대법원 홈페이지의 일정 공지에 따르면 21일 '곤살레스 대 구글' 사건, 22일 '트위터 대 타암네흐' 사건의 구두변론이 각각 열린다.

이 두 변론은 모두 오디오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곤살레스 대 구글'은 2015년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파리 테러 공격으로 숨진 100여명 중 노에미 곤살레스라는 미국 대학생의 가족이 소송을 낸 사건이다.

곤살레스 가족 측은 구글이 1996년 반(反)테러법(AEDPA)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IS의 테러 선동 영상을 삭제하지 않았고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추천 영상으로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원고 측은 지적했다.

'트위터 대 타암네흐'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이는 2017년 IS가 저지른 이스탄불 테러로 숨진 요르단 시민의 가족 등이 낸 소송의 상고심 사건으로, 트위터 측이 낸 상고 요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미국의 반테러법을 위반하면서 IS의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뒀으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피상고인의 주장이다.

대법원이 이 두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위키피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스냅챗, 왓츠앱, 아마존 등과 이들의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들이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미국 언론과 법조계의 지적이다.

쟁점은 인터넷 플랫폼이나 소셜 미디어 회사가 사용자에게 테러 관련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이를 게시함으로써 국제 테러 행위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가 여부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의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을 면책해 온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해석과 적용에 변화가 있을지, 또 변화가 있다면 어떤 방향일지 주목된다.

이 조항은 1996년 통신품위법에 포함된 조항으로, 30년 가까이 시행되면서 유해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상당히 폭넓은 면책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해석·적용돼 왔다.

여기에는 "상호작용형 컴퓨터 서비스의 제공자 또는 사용자는 다른 정보 콘텐츠 제공자가 제공한 정보의 발행자 또는 발언자로 취급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온라인 표현 자유에 관심을 기울여 온 비정부기관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홈페이지에 올린 해설에서 "제230조는 우리 모두가 온라인에서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타인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FF는 두 사건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여러 기관과 기업 중 하나다.

미네소타대 법대 교수인 앨런 로전슈타인은 지난주 브루킹스연구소 패널토론에서 "(연방대법원이 제230조에 관해) 현상태를 유지한다고 재확인하지 않는 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조항이 "인터넷의 '마그나 카르타'"라고 말했다.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 영국 국왕 존이 귀족들의 요구로 서명한 역사적 문서로, 영미권에서는 법치와 권리 보장의 시초로 여겨진다.

통신품위법 제230조는 최근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왔다.

공화당원 중 상당수는 이 조항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보수적 견해를 검열하는 근거로 쓰인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일 때인 2020년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온라인 검열에 맞서라"고 주문하면서 온라인 검열을 가능케 하는 제230조의 역할을 살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민주당 측은 빅테크 업체들이 허위정보와 증오발언을 퍼뜨리면서도 제230조를 방패로 삼아서 책임을 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의 오피니언·사설 지면에서 이런 지적을 하면서 이 조항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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