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문 급감…中 항구에 빈 컨테이너 쌓여
홍콩매체 "광둥성 옌톈항 인근 일감없는 화물차 1㎞ 늘어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글로벌 주문 급감에 중국의 수출항에 빈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컨테이너항 가운데 하나인 중국 광둥성 선전시 옌톈항 인근에는 멈춰선 화물차가 거의 1㎞ 길이로 늘어서 있다.
옌텐항은 중국의 제조업과 수출의 중심지인 광둥성의 대외무역 3분의 1 이상, 중국 대미 무역 4분의 1을 담당하는 컨테이너 항구이다.
그러나 주차된 트럭들은 놀고 있는 트럭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트럭 기사 황모 씨는 지적했다.
황씨는 옌텐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광둥성의 또 다른 수출항 둥관에 일감이 없는 다른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옌텐항에 등록된 화물차 기사가 1만5천 명 이상인데 현재 약 2천 명만이 일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수출 시장이 최악일 듯하다"며 "많은 공장주가 외국 고객들이 주문하지 않아 전자 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또 많은 공장이 이미 동남아시아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옌텐항의 이러한 부진한 상황은 2년 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1년에는 너무나 많은 수출 화물이 밀려들어 옌텐항에서 빈 컨테이너를 구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빈 컨테이너들이 항구 주변에 빈자리만 있으면 쌓이고 있다.
또 다른 화물 기사 쉬모 씨는 빈 컨테이너가 7층 높이로 쌓여있는 옌텐항의 톨게이트 바깥 공간을 가리키며 "지난 몇 년간 이곳에 빈 컨테이너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빈 컨테이너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이곳에 쌓였는데 크레인이 7층 높이로만 컨테이너를 쌓아 올릴 수 있어 이제는 더이상 쌓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작년 11월 옌텐항 당국은 성명을 통해 적재된 빈 컨테이너 규모가 2020년 3월 이후 최대이며 곧 옌텐항 개항 29년 만에 최대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옌텐항 인근 한 컨테이너 야적장의 익명을 요구한 관리자는 "일감이 없다"며 "일부 야적장은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컨테이너 물류 플랫폼인 독일 컨테이너 익스체인지의 크리스티안 로엘로프스 최고경영자(CEO)는 컨테이너 흐름이 경제 발전과 글로벌 무역의 중요한 지표인데 현재의 시장 전망은 매우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컨테이너 운임 하락과 세계 특정 지역에서 가용한 컨테이너가 늘어나는 것은 약한 수요와 경제 성장 둔화를 보여준다면서 닝보, 상하이,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주요 항구의 컨테이너 대여·구매 비용이 지난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해운 조사기관인 드루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45% 떨어졌다.
드루리는 컨테이너 가격이 올해 첫 6∼9개월간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화물운임 서비스업체 프레이토스의 해상운임지수(FBX)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까지의 1FEU 운임은 지난주 1천295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2%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의 운임은 86%, 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의 운임은 80% 떨어졌다.
중국의 작년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9% 감소했다.
SCMP는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상황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수출이 중국 경제 회복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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